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 세종대 명예교수가 26일 무죄 취지 판결을 받고 대법원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저서 ‘제국의 위안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박유하(66) 세종대 명예교수는 26일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을 받고 “오늘의 판결은 대한민국에 국가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하고 말할 자유,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사상을 보장하는 자유가 있는지에 관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날 법정 앞에서 취재진들과 만나 “이 소송은 (위안부) 지원단체와 그 주변인들이 만들고, 그것이 국민의 상식이 되고 결국 국가의 견해가 되어버린 생각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고 해서 고발된 사건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위안부 문제가 정치화됐고 진보 진영에서 담론을 주도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견해는 비난과 적대의 대상이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저의 책을 문제 삼은 이유는 개인적 혹은 소속단체의 이익구조 유지를 위한 목적도 있었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저를 고발한 나눔의 집 안신권 소장이 횡령 혐의로 감옥에 구속 중이고, 윤미향 의원이 같은 혐의로 징역형 선고를 받은 사실 등이 이 사태의 또 하나의 배경을 짐작하게 해 줄 것”이라고 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과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대표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9월 항소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 교수는 이날 “저의 책이 아직도 강제 연행을 부정했다거나 위안부 할머니를 기만했다거나 하는 얘기로 회자되고 있지만, 저의 책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해결방법에 대한 지원단체의 생각을 검토한 책”이라며 “위안부 문제에 관한 그들의 해결방식에 제가 이의를 제기하자 불만을 품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토록 오래 이어진 위안부 문제의 배경에는 북한과 일본이 수교할 경우 ‘법적 배상’을 받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라며 “말하자면, 한국이 공식적으로 받지 못했던 식민지 배상을 북한이 받도록 하기 위한 것이, 위안부 문제 운동의 감추어진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저는 한 번도 ‘제국의 위안부’ 사태가 ‘학문의 자유’를 둘러싼 소송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박 교수는 “그런 말로 보호받아야 할 만큼 위안부 할머니들의 대척점에 있는 책이 아니라, 오히려 위안부 할머니들 편에 서서 쓴 책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신 판사님들께 감사드린다”라며 “고발당한지 9년 4개월인데, 그 기간 취재하고 응원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한국사회에 그런 분들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아도 분명히 계시다는 것을 국내외에 자랑하고 싶고, 늘 그것을 긍지로 생각해왔다”고 했다.

박 교수는 2013년 처음 출간한 책 ‘제국의 위안부’ 중 ‘위안은… 강간적 매춘 혹은 매춘적 강간이었다’는 등의 표현 때문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선 무죄였지만 2017년 항소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각 표현은 피고인의 학문적 주장 내지 의견의 표명으로 평가함이 타당하고,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만한 ‘사실의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