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해사이트 차단 페이지. /조선DB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2월 불법 해외 성인·도박 사이트 895곳의 접속이 일제히 차단되는 일이 있었다. 당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T 등 9개 통신사에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도입해 유해사이트 이용자 접속을 막도록 했기 때문이다. SNI 차단은 정부가 심의한 차단 대상 사이트와 국내에서 접속하려는 사이트의 서버 이름이 같으면 접속 자체를 강제 차단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해외 성인 사이트를 차단할 수 있지만, 인터넷 검열 논란을 부를 수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기존엔 DNS(Domain Name System) 방식으로 ‘유해 사이트’의 접근을 막아왔지만, 이 방식이 HTTPS 보안을 사용하는 사이트에는 먹히지 않자 더 강화된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기존 DNS 차단 방식은 특정 사이트 주소 접속을 일괄 봉쇄하기 때문에 누가 사이트에 접속하려 했는지 특정하기 어렵지만, SNI 차단 방식은 국가 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사용자를 식별할 수 있어 문제란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해외 성인사이트 접속 차단을 강화하자 “성인 사이트를 통째로 틀어막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접속 차단 조치를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와 동의 인원 20만 명을 넘겼다. 2019년 2월 11일 박모씨 등 2명은 “SNI 차단 방식은 헌법에 따른 통신의 비밀과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한다”며 방심위를 상대로 헌법 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들이 낸 헌법 소원을 이달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고 30일 밝혔다. 헌재는 “불법 정보 등이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면 누구나 쉽게 이를 접할 수 있고 광범위하고 신속하게 확산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헌재는 “불법 정보 등이 포함된 웹사이트에 접근하지 못하는 불이익보다 유통 방지라는 공익이 더 중대하다”고 밝혔다.

헌재는 방심위의 조치가 기본권 제한을 위해 헌법이 요구하고 있는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SNI 방식을 불법 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한 적합한 수단으로 인정할 수 있고, 유통의 주된 통로인 해외 기반 웹사이트의 경우 사전 차단만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