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 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씨는 피고인석에 굳은 표정으로 앉아 형사23부의 1심 판결 선고를 기다렸다. 재판장인 조병구 부장판사는 35분간 김씨의 혐의별로 유무죄를 판단한 뒤 “징역 5년을 선고한다”고 했다. 이어 “김씨가 재판 진행 도중 (증인의) 위증 및 허위 자료 제출에 관여하고, 텔레그램을 통해 사건 관계인과 간접적으로 접촉한 의심이 든다”며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추가적인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보석을 취소하고 구속한다”고 했다.

이때 김씨는 변호인을 한 번 쳐다본 뒤 멍한 표정으로 2분쯤 천장을 올려다봤다. 그는 작년 11월 구속 기소됐다가 올해 5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이날 210일 만에 다시 수감됐다. 이날 김씨는 재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에게 “선고 이후 말하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게 됐다.

사진=박상훈 기자·뉴스1, 그래픽=김현국

김씨는 불법 정치자금 및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김씨는 2021년 4~8월 네 차례에 걸쳐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씨를 통해 지난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그해 2월 유씨에게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20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김씨가 직접 받았다고 판단되는 6억원에 대해 유죄로 인정했다. 나머지 2억4700만원은 돈을 마련한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 변호사가 돌려받았거나 유씨 등이 직접 쓴 돈으로, 김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2013~2014년 네 차례에 걸쳐 유씨에게 뇌물 1억9000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는데, 재판부는 7000만원만 유죄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1억2000만원 중 2000만원은 유씨 진술이 불명확하고, 1억원은 김씨에게 제공된 것으로 의심되지만 대가성,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무죄로 봤다.

김씨에 대해 이 대표는 “벗이자 분신 같은 사람”이라고 했다. “측근이라면 정진상·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씨는 2021년 이재명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서 조직 관리를 담당했다.

당시 김씨가 대장동 일당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되자 그 돈의 용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받은 불법 정치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검찰은 재판에서 김씨의 변호사 등이 알리바이 조작을 위해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이날 판결은 대장동 관련 사건에 대한 첫 1심 선고다. 이 판결이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배임’ 재판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재판부는 이날 대장동 민간 업자와 이 대표 측 유착 관계, 그에 따른 부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재판부는 “김용씨,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 등 민간 업자들의 관여로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공공개발에 비정상적 정치적 개입을 통해 공사(성남도개공)가 설립됐고, 이후 공사가 민간 업자들의 이권 개입 통로가 됐다”며 “지역 주민과 공공에 돌아갔어야 할 개발 이익 상당 부분이 민간 업자들에게 귀속됐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씨 등은 민간 업자와의 유착 관계를 시장선거일(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 직전 상대 후보 측에 관한 부정적인 보도가 이뤄지는 데 이용하는 등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며 “민간 업자들은 끈끈한 관계로 얻은 개발 사업의 기회를 통해 취득한 이익과 네트워크 등을 기반으로 수도권에서 실시하는 도시개발사업에 지속적으로 관여하려는 행태까지 보였다”고 했다.

유씨는 재판을 마친 후 “수혜자는 이재명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재명을 위한 도구였다”며 “저도 그 안에 있을 때는 이렇게 발을 깊숙이 넣은 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고 사실이다. 없다고 말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법정에서 나온 유씨를 향해 욕설하며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김용씨 변호를 맡았던 김기표 변호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항소심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