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6억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및 7000만원의 뇌물수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한 법원은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며 판결문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사실들’ ‘세부상황에 대한 묘사가 구체적이고 일관되다’등의 표현을 썼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재판장 조병구)는 판결문에서 유동규씨가 처음으로 1억원의 대선 경선자금을 김용씨에게 전달한 2021년 5월 3일 오후 6시의 상황을 언급했다.

유씨는 지난 3월 법정에서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정민용 변호사로부터 1억원이 든 골판지 박스가 담긴 쇼핑백을 건네받았고 이날 김씨가 사무실에 방문해 쇼핑백을 외투 안에 넣어 옆구리에 낀 채로 숨겨서 가지고 나갔다”고 했다. 유씨는 직접 외투 안쪽에 돈이 든 쇼핑백을 넣어 옆구리에 끼어 갖고 나가는 동작을 시연하기도 했다.

당시 유씨가 외투가 없어 함께 기소된 정민용 변호사의 코트를 빌렸는데 두 사람의 체형 차이로 코트가 꽉 끼고 옆구리 안쪽이 불룩해지기도 했다. 이를 두고 김씨 측에서는 ‘돈을 받아 나가는 게 표가 나기 때문에 유씨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유동규씨와 김용씨의 체형 및 착용한 외투 등이 달라 시연으로 정확히 형상을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를 외투 안쪽에 가지고 가는 정도로 외부에서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적어도 해당 쇼핑백을 가려지는 것 정도로는 시연됐다”고 했다.

◇ 정민용 ‘햇볕을 피해’ 유동규 ‘벌레 물려’도 유죄 증거로

유씨 진술에 신빙성을 더한 것은 정민용 변호사의 진술이었다. 정 변호사는 수사 및 재판에서 “1억원을 유씨에게 건네 준 후 유씨로부터 ‘용이 형(김용)이 올 거야’라는 말을 들었고 김씨가 회사 사무실로 왔으며, 당시 햇볕을 피해 흡연실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흡연실에 설치한 블라인드 때문에 김씨 아랫부분만 봤는데 김씨가 다녀간 후 1억원이 없어졌다”고 했다.

이를 두고 김씨 측에서는 ‘저녁 여섯 시 무렵에 햇볕을 피해 자리를 옮겼다는 유씨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2021년 5월 3일 일몰시각이 19시 22분 경이었고 날씨는 맑았으며 흡연실은 통유리창이어서 햇볕이 사무실 내부로 들어왔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민용씨가 추가 형사처벌의 위험성을 감수하며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정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2차로 경선자금 3억원이 전달된 2021년 6월 8일 직전 김씨가 ‘돈을 빨리 마련해 달라’는 독촉전화를 했다는 유씨 증언의 신빙성도 인정했다. 유씨가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남욱씨, 정민용씨와 함께 있었을 때 김용씨가 전화를 걸어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한 내용을 함께 들었다고 했는데 남욱씨 또한 이 사실을 기억하며 ‘통화를 들은 뒤 칼국수를 먹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는 것이다.

2021년 6월 하순~7월 초순 유씨가 김씨에게 2억원을 전달하며 ‘모기에 많이 물렸다’ 고 진술한 부분도 신빙성을 인정하는 요소로 꼽혔다.

유씨는 법정에서 “경기도청 북측 도로 근처 벤치에 앉아 김씨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반바지를 입고 있어 다리에 모기를 많이 물렸다”고 했다. “김씨 차에 쇼핑백을 넣어 주었는데 차량이 굉장히 지저분하고 실내가 더러웠다” “광교에서 차를 세워서 이야기할 만한 데가 제가 알기론 거기밖에 없었다”는 증언도 했다.

유씨는 자금 조성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그는 “남욱씨에게 정민용을 통해 전달받은 5억원 중 김씨에게 전달한 3억원을 뺀 나머지 2억원 중 5000만원을 개인적으로 써버렸다”며 “그 상태에서 2021년 6월 하순~7월 초순경 정민용으로부터 1억원이 든 빨간 박스를 받았고 보관 중인 돈과 1억원을 합쳐서 골판지 박스에 각각 1억원씩 넣었고 해가 진 뒤 어두운 상황에서 당시 경기도청 북측 도로에서 김용씨를 만났다”고 했다.

재판부는 “유씨가 실제 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다면 굳이 복잡하게 조성 과정을 이렇게 꾸밀 이유가 없다”며 “유씨 진술의 신빙성을 가볍게 배척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