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특별수사본부(부장 이대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해 이른바 ‘표적 감사’를 주도했다는 혐의를 받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을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가 지난 9월 6일 감사원 압수 수색으로 수사를 본격화한지 3개월여만이다. 유 사무총장은 공수처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 의혹을 받고 있는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9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유 사무총장은 9일 오전 9시50분 공수처에 출석해 1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뒤 10일 오전 1시8분 귀가했다. 유 사무총장은 조사를 마친 뒤 취재진에게 “감사 시스템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렸다”고 했다. 그는 앞서 공수처에 출석하면서 ‘공수처 소환에 불응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통보 방식 자체가 위법이었다”고 했다. ‘시간끌기라는 지적’에는 “그런 것 없다”며 조사실로 들어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유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에는 차정현(사법연수원 36기) 부장검사가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360여쪽 분량의 질문지를 준비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입수 경위, 특별감사 착수 과정, 감사 결과 보고서 결재 과정 등에 대해 캐물었다고 한다. 이에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감사는) 적법 절차에 따른 정당한 감사였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당수 질문에 대해 “의견서, 진술서 제출로 갈음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7월 말부터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여 전 전 위원장이 직원 갑질로 징계를 받게 된 국장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세종청사에 근무한 89일 중 83일을 오전 9시 이후 출근했다는 등의 감사 결과 보고서를 지난 6월 공개했다. 감사 진행 도중 전 전 위원장은 해당 감사가 허위 제보를 바탕으로 이뤄진 표적 감사라며, 작년 12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 등을 공수처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감사 결과 발표 후에도 조은석 감사위원이 자신의 최종 검수를 거치지 않은 채 보고서가 공개됐다며 추가 고발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에 대한 추가 소환 여부 및 최 감사원장 조사 여부 등을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수사팀은 내년 1월 공수처 지휘부 퇴임 등 환경 변화와 상관 없이 수사에 변함없이 집중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