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의원(왼쪽)과 윤석열 대통령./조선일보DB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지난 2020년 추미애 전 법무장관이 내린 ‘정직 2개월’ 징계는 취소돼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의 징계가 적법했다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윤 대통령의 항소를 받아들인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윤 대통령에 대해 문제 삼은 ‘채널A 사건’ 등에 관한 부분이 근거 없는 문제 제기였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1부(재판장 심준보)는 19일 윤 대통령의 징계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징계 의결 및 그에 터 잡은 (문재인) 대통령의 징계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1심 판결과 징계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추미애 당시 법무장관의 (윤 대통령에 대한) 징계 절차 관여는 검사징계법상 위법하다”면서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침해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2월 추 전 장관이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린 것이 발단이다. 당시 법무부가 내세운 징계 사유는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분석한 ‘판사 문건’ 작성,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등이다.

검찰총장 정직 2개월은 추 장관이 제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했다.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는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조작 등 문재인 정부의 각종 비리를 수사‧기소하는 과정에서 진행됐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에서 사실상 사퇴시키려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징계 직후 바로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법원은 징계 집행정지 결정을 내렸지만, 본 재판에서는 “징계 절차가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는 3가지 징계 사유 중 판사 문건 작성과 채널A 감찰‧수사 방해 등 두 가지를 유효하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을 의결하는 과정에서 ‘징계를 청구한 법무장관은 사건 심의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규정 위배, 징계 심의 및 의결 정족수 위배, 방어권 침해 등 위법이 있었다”면서 “징계 사유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할 것도 없이 징계 자체와 1심 판결은 모두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을 대리한 손경식 변호사는 이날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전 총장에 대한 이 사건 징계가 절차적으로 위법이 컸다는 등의 (원고 측) 주장이 상당 부분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윤 대통령의 징계 사유로 꼽은 사유들은 대부분 법적으로 문제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널A 사건으로 기소됐던 이동재 전 기자는 올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받았던 한동훈 법무장관은 검찰 수사 2년 만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윤 대통령이 2020년 10월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찾아보겠다”는 발언으로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부분은 1, 2심에서 모두 징계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특검을 추진하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의혹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이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지만 뚜렷한 의혹이 발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