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작년 1월 민주노총 전직 간부 4명의 북한 공작원 해외 접선 혐의 등을 수사하면서 제주시 제주평화쉼터에 주차된 차량을 압수 수색하는 모습./연합뉴스

1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대공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됐지만 “국정원의 대공 수사 역량은 제대로 넘겨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랜 기간 축적된 국정원의 노하우를 경찰에 전해주기 어렵고, 경찰의 보안 유지에 대한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대공 수사에는 암호화된 정보 분석 능력과 해외 정보망 등이 필수다. 작년까지 검거된 간첩들은 비밀 교신을 주고받으며 해외에서 은밀히 접선하는 행태를 보였다. ‘스테가노그라피’ 등 고도화된 암호 프로그램이 공작에 쓰인다. 간첩들의 암호를 분석한 대도 해외 정보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국정원 요원들은 각각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를 오랜 기간 공들여 관리해 왔다. 휴민트를 통해 간첩 혐의자가 현지에서 접선한 인물이 실제 북한 공작원이 맞는지, 만난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한 뒤 증거 확보에 들어간다. 이는 국정원이 수십 년간 쌓아온 ‘노하우’인데, 경찰이 단기간에 제대로 전수받기는 힘들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경찰이 국정원의 노하우를 확보하더라도 보안 유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대공 수사의 핵심 증거는 북한,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짧게는 1~2년, 길게는 5~6년의 내사를 거쳐야 할 정도로 보안에 민감하다. 경찰은 안보수사대 소속 직원부터 해외 영사관 직원까지 신분이 공개돼 있다. 사안에 따라 신분도 바꾸는 국정원 요원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법조인은 “국정원 요원은 한번 대공 수사 부서로 진로가 정해지면 평생 그 수사만 한다”며 “경찰 인사는 통상 1년 주기인데 보안 유지가 되겠느냐”고 했다.

그동안 간첩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검찰이 대공 수사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검사는 ‘특별사법경찰’인 국정원 요원을 지휘할 수 있다. 간첩 사건의 경우 검찰과 국정원은 내사 단계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사실상 ‘한 팀’으로 움직이면서 수사 절차와 증거 수집이 적법한지를 철저히 검토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검찰은 간첩 사건이 송치되기 전까지 경찰이 무엇을 수사하는지 알 수 없다. 2021년 문재인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때 대공 수사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빠지기도 했다.

공안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정원과는 함께 첩보를 분석하고 법리적 보완점을 논의하는 게 가능했다”며 “20~30년간 간첩 사건만 전문으로 다뤄온 변호사와 법리적으로 다툴 정도로 경찰이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법조인은 “실무적으로 보면 경찰이 국정원만큼 간첩 수사를 하기 어렵다”며 “대공 수사권을 억지로 옮겼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