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가 26일 경기도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가 26일 열린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범인 경기도 전 별정직 5급 공무원 배모씨의 유죄가 확정됐다며 “배씨가 피고인(김씨)의 지시로 결제했다는 사실이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는 이날 오후 2시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첫 공판 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씨는 흰 셔츠 위에 감색 코트를 입은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앞서 김씨 측은 신변 보호 요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김씨는 수원지법 직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보안 관리대 등을 통과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재판 시작 바로 전까지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등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이날 공소사실을 진술하면서 “20대 대선 민주당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이재명의 배우자인 피고인은 2021년 8월 1일 국회의원 배우자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현직 경기도지사 배우자가 기부행위를 한 사안으로, 선거에 미친 영향력이 적지 않을뿐더러 개인 자금이 아닌 경기도의 공적자금으로 식사를 결제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피고인의 지시를 받은 조모씨(전 경기도 별정직 7급 공무원)와 배씨 등 김혜경·이재명을 사적으로 수행하는 ‘사모님 팀’의 텔레그램 대화와 녹취록, 통신 증거 등을 통해 이들의 업무가 이재명이 아닌 피고인의 극히 사적인 영역을 보좌한 것이었다는 것도 입증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2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무죄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로서 수차례 선거를 경험했다”며 “타인과 식사할 경우 대접하지도, 대접받지도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했다. 또 “피고인은 배씨가 식사대금을 결제한 걸 전혀 알지 못했고, 따라서 배씨와 공모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배씨의 혐의는 배씨가 기부행위를 했다는 것이었고, 공소내용 및 범죄사실에 김혜경의 공모 관계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 등 피고인이 관여했다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또 “정치적 고려에 따른 기소가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 자리에서 배씨가 피고인을 위한 사적용무를 수행한 것을 입증하겠다며 쟁점화 하는 것도 그런 의도”라고 했다.

재판이 끝나고 김씨와 변호인은 ‘왜 신변 보호를 요청했는지’, ‘배 씨가 유죄 받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없다는 입장인지’ 등의 취재진 질문에 대해선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인근에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올라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날 수원지법을 찾은 김씨의 지지자 5∼6명은 김씨를 향해 큰소리로 “여사님 힘내세요”, “김혜경은 청렴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김씨는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이 대표가 당내 경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인 지난 2021년 8월 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 3명 및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 금지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당시 자신의 수행비서인 배씨에게 경기도 법인 카드로 식사비를 결제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2022년 9월 배씨를 먼저 기소했고, 배씨는 지난 14일 수원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법조계에선 김씨가 배씨의 공범으로 기소된 만큼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 사건과 별개로 김씨와 배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대표 부부 등이 법인 카드를 유용한 의혹이 짙다며 수사 의뢰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