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인천시당에서 열린 인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60) 민주당 대표의 ‘위증 교사(敎唆) 사건’에서 공범으로 기소된 김진성(56)씨가 26일 “(당시) 유력 정치인이었던 이 대표의 위증 요구에 중압감을 느꼈다”는 취지로 법정 증언했다.

김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위증 교사 재판에서 피고인 신문을 받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 토론에서 ‘검사 사칭’ 관련 허위 사실을 공표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이 대표로부터 허위 증언을 요청받고 위증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오전 재판은 “이 대표를 퇴정시킨 상태에서 신문해달라”는 김씨 측 요청에 따라 이 대표 없이 분리된 채 진행됐다.

수사 과정에서 위증 혐의를 자백한 김씨는 법정에서도 혐의를 시인했다. 검사가 “현직 경기도지사이자 유력 정치인인 이 대표가 직접 수차례 전화해 위증을 요구한 것에 대한 중압감, 반복적인 압박성 요구, 이 대표에 우호적인 성남 지역사회 여론 등 때문에 허위 증언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김씨는 “예”라고 답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요구를 받고 중압감을 느낀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그렇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이 대표가 증언을 요구할 당시 거짓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그 말(위증)이 사실이라고 전달할 때는 현직 경기도지사 신분이었다”며 “도지사에 변호사 출신인데 사실이 아닌 내용을 제게 이야기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 관련) 김병량 전 시장과 KBS 간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 등의 내용으로 위증을 해달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대표가 지난달 재판에서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애증이 있는 매우 위험한 관계’라고 한 것에 대해 “많이 서운하다”고 했다. 지난달 22일 재판에서 이 대표는 “김씨와 저는 애증의 관계”라며 “위증해달라고 요구할 관계가 아니다. 매우 위험한 관계”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전 공판에서 (이 대표가) 소위 꼬리 자르기를 했는데, 거대 야당 대표인 이 대표에게 갖고 있던 최소한의 존중을 허물어뜨리는 모멸감과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대표와 김씨가 위증 사건 이후인 2021~2022년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김씨는 이 대표가 2022년 대선에서 패한 직후 “하염없는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잠시 쉬시고 마음껏 몸도 추스르시고 다음을 모색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형님, 지사님, 시장님, 대통령님, 예비 대통령님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이 대표는 “감사합니다^^”라고 답변했다. 김씨는 또 같은 해 6월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감축드립니다. 기분 좋습니다. 충성”이라는 문자를 전송했고, 이 대표도 “고마워요”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검찰은 또 당시 위증 범행 전 김씨가 이 대표 측근인 정진상(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씨에게 “최선을 다하고 올게요”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김씨는 위증을 마친 후 정진상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이를 받지 못한 정씨가 “회의 중이라 전화 못 받았습니다. 너무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는 문자를 보내왔다고 한다.

검사는 “이 대표가 2010년 성남시장에 처음 당선됐을 때부터 일관되게 지지했느냐”고 물었고, 김씨는 “맞는다”고 답했다. 김씨와 사이가 좋지 않아 위증을 시킬 수 없다는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편, 이날 예정돼있던 김씨의 결심(結審) 공판은 미뤄졌다. 당초 김씨는 이 대표와 변론을 분리해 재판을 빨리 마쳐달라고 요구했고, 재판부도 이를 일부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아직 재판 중이고, 공범 간 처벌 균형성 등을 고려할 때 이 대표와 김씨의 구형을 함께 하는 것이 적정하다”며 “변론 종결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김씨 측이 이에 동의해 재판부는 별도로 진행되는 이 대표 부분 심리를 마친 후 함께 구형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이어지는 위증 교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나올 예정이다. 이 대표가 법정에 나오는 것은 지난달 30일 이후 27일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