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지난 2018년 1월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2회 조정 기일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첫 재판에 나란히 출석했다. 이혼 소송은 조정 기일 등을 제외하면 이혼 당사자가 출석해야 할 의무가 없지만, 두 사람은 직접 나온 것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첫 변론 기일을 진행했다. 노 관장은 재판 시작 10여분 전 법원에 도착해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말 없이 법정으로 향했다. 최 회장도 5분여 뒤 도착해 대리인들과 함께 법정에 들어섰다.

이날 재판은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4월 16일로 정하고, 이날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시작 3개월여만에 심리가 끝나는 것이다.

최 회장은 재판이 끝난 뒤 “오늘 재판에 직접 출석한 이유가 무엇인가”, “노 관장 측의 재산 분할 요구를 받아들이는 입장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는 “비가 오네”라고 한마디 한 뒤 법원을 떠났다. 노 관장도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퇴정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길로 법원에 입·퇴정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2018년 1월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1심 2차 조정 기일 때도 함께 출석한 적 있다. 노 관장은 작년 11월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에 직접 나와 “30여년간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막을 내려 참담하다”며 “가정의 소중한 가치가 법에 의해 지켜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2일 서울 서초구 고등법원에서 열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 관련 항소심 변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665억원을, 위자료로 1억원을 각각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 측이 요구했던 최 회장의 SK 주식 분할(1조원대)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노 관장과 최 회장 모두 항소했다.

노 관장 측은 2심에서 재산 분할 청구 액수를 ‘주식 1조원어치’에서 ‘현금 2조원’으로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 위자료도 기존 3억원에서 30억원으로 늘려달라 신청했다고 한다.

앞서 2심 재판 준비 과정에서 양 측은 서로 “재판부 쇼핑을 한다”며 공방을 벌였다. 최 회장 측이 지난 1월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 2명을 자신의 대리인단에 포함했는데, 재판부 소속 판사의 조카가 김앤장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 관장 측이 이해충돌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최 회장 변호인단은 “재판부를 신뢰하고 있으며, 변호인 선임은 재판부 변경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 쇼핑은 노 관장 측이 한 행동”이라며 “노 관장 측은 항소심 재판 초기에 배당된 재판부(가사3-1부)가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재판부와 인척 관계에 있는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을 선임해 재판부를 작위적으로 변경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은 내부 검토 결과 이 소송을 심리하고 있는 재판부를 교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