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효력 정지 신청 6건 중 3건에 대해 법원이 각하(却下)했다. 의대생과 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들이 의대 정원 증원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신청을 냈는데, 법원이 모두 “신청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나머지 3건의 효력 정지 신청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들 3건을 신청한 사람들도 의대생·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들이라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병철 변호사./뉴스1

우선 전국 33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표들이 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김준영)가 지난 2일 각하했다. 전공의·의대생·의대 교수·수험생들이 모여 낸 집행정지 신청은 이 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가 지난 3일 각하했다. 수험생 2명이 낸 같은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은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가 지난 4일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심리를 하지 않고 종결하는 것이다.

각하를 결정한 세 재판부는 모두 같은 이유를 들었다. 각 결정문에 따르면 세 재판부는 모두 “의대 증원 처분의 대상은 각 대학의 장(長)이라 신청인들은 제3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의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의 총장이 증원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증원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의대생·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은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집행정지 신청은 소송의 최종 결론이 나기 전에 행정처분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해 달라는 신청인데, 본안 소송과 마찬가지로 소송을 낼 자격이 인정돼야 한다.

김창수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뉴시스

법원은 “양질의 의학교육을 받을 권리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 아니고, 간접적·사실적 이해 관계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의사 수 증가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며 “필수의료 분야 정부 정책을 바로잡을 이익이라는 부분도 국민 일반이 공통적으로 갖는 일반적·추상적 이익을 주장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또 “양질의 전문적인 수련·교육을 받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신청인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각 대학의 교육 여건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라며 “각 대학의 교사시설 구비 및 적정한 교원 수 확보 등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했다. 신청인들이 주장하는 이익이 법률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이익은 아니라는 것이다.

의대생·의대 교수·전공의·의대 수험생 측은 법원의 각하 결정에 반발해 항고했다. 이들의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집행정지 신청이 각하될 때마다 “서울고법에 즉시 항고해 다른 재판부의 판단을 받겠다”고 했다.

한편, 이 변호사는 5일 오전 의대생 1만여명이 모여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에 대해 “재판부 재배당 신청서를 냈다”고도 했다. 이들은 지난 1일 보건복지부 장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원고가 다수여서 3건으로 분리됐는데, 이 중 두 건이 행정13부에 배당됐다. 행정13부는 4일 의대 수험생 2명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한 재판부다.

박단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뉴스1

이 변호사는 “(각 집행정지 사건은) 신청인의 이름만 다를 뿐 피신청인, 신청취지, 신청원인이 동일한 사건”이라며 “행정13부는 4일 각하를 결정했다. 의대생 1만명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서도 ‘신청인 자격이 없으니 각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법조계에선 결정을 앞둔 집행정지 신청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 법조인은 “각하된 신청의 신청인을 살펴보면 의대생·의대 교수·전공의·수험생 네 그룹이 모두 포함돼 있다”며 “이미 이 신청인들에게 자격이 없다는 결정이 나온 만큼 다른 결론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