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전경.

‘백현동 개발 비리’ 관련 검‧경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민간 업자로부터 13억여원을 가로챈 부동산 업자가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허경무)는 백현동 민간 사업자 정바울씨에게 “수사를 덮어주겠다”며 금품을 수수한 혐의(알선 수재)로 기소된 부동산 업자 이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3억36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검찰의 구형량(징역 3년)보다 더 높은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씨는 2022년 5월부터 작년 6월까지 정씨에게 백현동 수사 무마를 빌미로 여러 차례에 걸쳐 거액을 요구했다. 이씨는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일개 부장검사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다. 법무장관이나 검찰총장에게 이야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검찰이 정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이씨는 “영장전담 판사와 골프를 친 사람을 통해 영장 발부를 막겠다”고도 했다. 정씨는 이를 믿고 13억3600여만원을 건넸다. 다만 이씨가 실제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청탁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에 대해 “법조 브로커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부정한 청탁으로 나아가지 않더라도 위법성을 낮게 평가할 수 없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으로 정씨는 13억원의 재산적 손실을 입었지만, 이는 수사기관이 적정하고 공정하게 공무를 집행할 거라고 기대하는 사회 일반의 신뢰를 해한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죄질이 불량하고 범죄 후 정황이 좋지 못해 검사의 구형량을 넘어서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한편, 이씨가 정씨에게 소개한 전관 변호사들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이씨는 고검장 출신인 임정혁(사법연수원 16기) 변호사와 총경 출신인 곽정기(33기) 변호사를 정씨에게 소개했다. 검찰은 이들이 수사 무마를 대가로 고액의 수임료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