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참전으로 각종 훈장을 받은 국가유공자라도 탈영 이력이 있다면 국립묘지 안장 대상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무관) /뉴스1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사망한 6.25 참전유공자 A씨의 유족이 국립서울현충원장을 상대로 ‘국립묘지 안장 비대상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A씨는 6·25 전쟁에 참전해 화랑무공훈장과 충무무공훈장 등 여러 훈장을 받았다. 1953~1954년 군사작전 수행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동성(銅星)훈장도 받았다. 그는 제대 후에도 외교부장관·국무총리 비서실에서 일했고, 이 공로로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그는 1988년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A씨가 숨지자 유족들은 현충원에 안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현충원은 군 복무 중 탈영 이력이 있던 A씨에 대한 국립묘지 안장대상심의위원회 심의 결과를 들어 그가 ‘안장 비대상자’라고 결정했다. 국립묘지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A씨는 안장 비대상자인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 사람으로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A씨의 유족은 2022년 5월 현충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각종 훈포장 수상 이력과 제대 후 공직경력, 국가유공자 선정 등을 고려하면 A씨가 9개월 간 탈영했다는 병적자료를 신뢰할 수 없고, 단순 오기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여러 병적자료를 통해 A씨가 약 9개월간 탈영했다가 복귀하는 등 총 10개월간 부대를 이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현충원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의 희생과 공헌만을 보면 국립묘지 안장대상자의 자격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군복무 기간 동안 부대를 무단으로 이탈한 기간이 약 10개월로 결코 짧다고 보기 어렵고, 이탈을 정당화 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복수의 자료에 상세한 기재가 있어 자료 작성 과정에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것은 국가나 사회를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이 사망한 뒤 그 충의와 위훈의 정신을 기리는 국립묘지 설치·운영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A씨가 국립묘지의 영예성을 훼손한다고 판단한 심의 결과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