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불법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16일 기각됐다. 이 전 회장은 과거 회삿돈 206억원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징역 3년을 확정받고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남천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밤 이 전 회장에 대해 “범죄 혐의의 소명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했다. 남 부장판사는 “이 전 회장의 범죄 사실에서 공모, 지시 여부에 대한 증거와 수사 진행 경과, 이 전 회장의 사회적 유대 관계 등을 종합해보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전 회장은 태광그룹 임원들을 계열사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이들의 급여를 자신이 현금으로 가로채 20억원 규모의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전 회장이 앞선 불법 비자금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던 2015~2018년 추가로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사건은 이 전 회장과 최측근인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의 갈등이 발단이 됐다. 김 전 의장은 이 전 회장이 2011년 구속된 이후 그룹의 2인자로 경영을 맡아왔다. 그런데 작년 8월 이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자, 회사 측은 김 전 의장을 해임하고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회사 측은 김 전 의장이 그룹의 부동산과 골프장을 관리하는 계열사를 통해 공사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는 등 100억원대 배임 혐의가 있다며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반발한 김 전 의장이 이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경찰에 제보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이 전 회장에게 20억원가량의 배임 혐의 등이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