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촌 강석훈(왼쪽) 대표변호사와 이인용 가치성장위원장이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39층 율촌 회의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율촌은 일류 로펌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난 3월 가치성장위원회를 출범하고 중장기 성장 전략 수립에 나섰다. /법무법인 율촌 제공

“율촌은 가치 성장을 추구합니다. 질적 성장을 일구는 것만이 누구나 인정하는 일류 로펌이 되는 길입니다.”

율촌은 작년에 3285억원 매출을 기록, 연 매출 3000억원 이상인 국내 로펌 5곳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8%)을 보였다. 국내 로펌 업계에서 주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율촌은 최근 외형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 추구를 조직의 새로운 화두로 삼고 가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율촌은 최근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이인용 고문을 가치성장위원장으로 영입해 브랜딩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10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율촌 회의실에서 율촌 강석훈 대표변호사와 이인용 가치성장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변호사는 “국내 법률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 사실상 거의 비슷한 시장을 두고 로펌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접근 방식을 더해야 현 상황에서 율촌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강 대표변호사는 율촌이 매출 2000억원대를 돌파한 이듬해인 2019년 2월 총괄 대표직에 올라 5년째 대표직을 맡고 있다. 율촌은 재작년 매출 3000억원대에 진입한 뒤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했다. 율촌은 변호사의 자문과 응대 속도, 전문성 등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위원장은 “삼성 재직 시절 내부 구성원의 마음을 모을 방안으로 찾은 답이 ‘가치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는 회사’였다”면서 “율촌 가치성장의 핵심은 구성원과 고객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로펌”이라고 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가치성장위원회는 지난 3월 1일 출범한 신생 조직이지만 율촌의 조직 내부 진단과 잠재력 극대화를 위한 전략 수립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강 대표변호사와 이 위원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출신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찬희 고문, 자문 부문의 손도일 변호사, 송무 부문을 이끄는 염용표 변호사, 기업 인수·합병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수연 변호사를 비롯해 국내외 리서치와 해외 마케팅·사업개발 담당 실무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치성장위원회는 최근 해외 로펌 20개를 대상으로 조직 운영의 장단점 분석 작업도 진행했다고 한다. 율촌에 세계 유수 로펌의 장점을 접목하고, 조직 내부 진단 등을 통해 단점은 없애겠다는 것이다. 매달 1회 이상 회의를 열며 율촌의 퀀텀 점프를 위한 이행 과제를 수립 중이다.

국내 로펌 중 가장 최신화된 인공지능(AI) 업무 시스템도 율촌의 브랜딩 전략으로 삼았다. 율촌은 작년 생성형 AI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과 협력해 자체 법률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올해 하반기 중 내부 지식 관리 데이터를 분석해 소송 담당 변호사에게 곧바로 제공하는 업무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도입할 방침이다. 지난 2015년 문서 중앙화 정책을 시행해 수십년간 축적한 율촌의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결과물이다.

가치성장위원회는 율촌과 해외 주요 로펌들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브랜딩의 전초기지 역할도 한다. 지난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환태평양변호사협회(IPBA) 연차총회에서 율촌은 세계 유수 로펌을 초청해 오찬 세미나를 개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국내 대형 로펌 중에는 처음으로 국내외에서 국제형사 분야 수사에 정통한 전문가들로 구성한 ‘국제형사팀’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라며 “한번 만난 고객이 다시 찾고 싶도록 율촌만의 차별화된 브랜딩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가치성장위원회는 영리 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로펌 시장에서 공익과의 동반을 지향하는 율촌의 비전이 녹아 있는 구성체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율촌은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설립한 사단법인 온율을 10년째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온율 이사장도 맡고 있다. 현재 변호사 6명이 온율에서 비영리단체 활동가들과 교류하며 공익 전담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가치성장위원회는 해외 프로보노 지원 시스템과 사례도 연구해 율촌 조직 문화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강 대표변호사는 “가치성장위원회는 2018년부터 시작된 율촌의 비전과 핵심 가치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 결과물”이라며 “어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정도’(正道)를 걷는 일류 로펌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