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공판에 출석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을 내린 서울고법 가사2부의 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선고를 하며 최 회장을 여러 차례 질타했다. 김 부장판사는 “명백한 거짓말”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같은 표현을 썼는데, 이혼 소송에선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판결 내용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3년 11월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전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노 관장과의 소송에선 “김씨의 이혼 과정에 개입한 적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였거나, 배우자에게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최 회장 주장을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자녀들이 최 회장에 대해 ‘끝까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하는 위선적인 모습’이라고 쓴 탄원서도 언급했다. 김 판사는 “(최 회장의 행위는)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다.

김 부장판사는 최 회장에 대해 “노 관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이 김씨와 관계를 장기간 유지한 데 대해선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김 부장판사가 편파적이고 감정적으로 판결했다”고 반발했다. SK 측은 “통상 판결문에선 ‘원고 주장은 신뢰도가 낮다’고 표현하는 것과 달리, 불필요한 가치 판단이 들어간 말을 반복하며 일종의 도덕 재판으로 몰아갔다”고 했다. 김 부장판사가 최 회장의 편지를 여러 번 언급한 것도 사생활 침해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김 부장판사는 법조인 가문 출신이다. 부친은 중앙선거관리위원, 방송광고심의위원장 등을 지낸 고(故) 김동환 변호사이고, 친형 역시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김 부장판사의 아들도 대형 로펌에 근무하고 있다.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외도를 한 배우자에게 역대 최고 수준의 위자료를 내라는 판결을 내리는 등 유책 배우자의 책임을 적극 인정하는 판결을 다수 내렸다.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조선일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