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둘러싼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법원이 사실로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7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불법 대북 송금과 뇌물, 증거인멸교사 등을 인정해 징역 9년 6개월에 벌금 2억5000만원, 추징금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쌍방울 측이 이 대표 방북 비용으로 대납한 300만달러 중 200만달러가 북한 조선노동당으로 전달됐다고 보면서 “(이 돈은) 비공식적으로 북한 상부에 전달한 사례금”이라고 했다. 다만 이 과정이 이 대표에게 보고됐는지는 “이화영씨의 공소 사실이 아니다”라며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씨는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함으로써,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이 사건은 2019년 이화영씨가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경기지사이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경기도가 주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가 유엔 대북제재 등으로 막히고,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서 이 대표가 빠지자 이 대표의 방북을 위해 김 전 회장에게 대납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스마트팜 사업비 164만달러와 방북비 230만달러 등 총 394만달러가 대납 목적으로 무단 유출돼 외국환거래법을 어겼다고 판결했다. 나머지 406만달러는 이른바 ‘환치기’ 수법 등으로 국외로 빼돌린 돈이어서, 검찰이 기소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은 아니라고 봤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조만간 이씨의 공범으로 이 대표를 외국환거래법 위반과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핵심은 이 대표가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는지 여부다. 앞서 검찰은 작년 9월 같은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수원지검은 이날 “불법 대북 송금 실체가 명백히 확인됐지만 무죄로 판단된 부분에 대해 항소할 것”이라고 했다. 이화영씨 측은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다”고 했고, 민주당은 “검찰 주장을 상당 부분 채택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