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의 소송을 맡고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 패소 확정 판결을 받게 만든 권경애 변호사가 피해자 측에 5000만원을 배상해야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권경애 변호사.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학교폭력 피해자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인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낸 2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선고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해 5000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했다. 이씨가 작년 4월 이 소송을 제기한 지 1년 2개월 만에 1심 판결이 나온 것이다. 이날 권 변호사는 불출석했다. 민사소송은 형사와 달리 당사자의 출석 의무가 없다.

재판부는 이러한 위자료 액수에 대해선 “딸의 사망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1, 2심을 통틀어) 장기간인 6년 동안 이어온 소송이 허망하게 끝나 허탈감과 배신감이 심대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권 변호사가 책임을 지고 총 9000만원을 내년까지 지급하겠다며 원고에게 준 이행각서금 액수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에 시달린 끝에 2015년 극단 선택으로 숨진 박양의 어머니 이씨를 대리해 2016년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대리인을 맡았으나 2심에 세 차례 불출석해 원고 패소 판결을 받게 했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 변론을 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고도 권 변호사가 약 5개월간 패소 사실도 알리지 않아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한 채 판결이 확정됐다. 권 변호사는 이 기간에 소셜미디어(SNS)에 정치 관련 글은 꾸준히 올린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한변호사협회는 작년 6월 권 변호사의 변호사 자격을 1년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권 변호사는 ‘조국 사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저작물인 이른바 ‘조국 흑서’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이에 유족 측은 작년에 권 변호사의 행위와 법무법인 구성원의 연대책임을 지적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노 판사는 작년 7월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고, 서울법원조정센터는 ‘권 변호사가 피해자 유족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강제 조정했지만, 피해자 측의 이의 신청으로 결렬됐다. 이후 정식 재판 절차를 밟게 됐다.

고(故) 박주원 양의 어머니 이기철씨가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학교폭력 피해자 사건 재판에 수차례 불출석해 패소하게 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송의 1심 선고를 마친 뒤 법정에서 나와 심경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선고 후 이씨는 기자회견에서 “긴 기간 동안 마음고생을 했다”며 “항소는 당연하게 할 것이고, 대법원까지도 갈 생각이 있다”고 했다. 권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언제 연락했나란 질문엔 “작년 4월이 마지막”이라며 “마지막 통화 당시 저한테 ‘민폐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했는데, 그 말은 지키지 않고 있고 저한테 어떠한 해명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