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등으로 1심에서 징역 9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화영씨의 혐의 중엔 쌍방울로부터 법인차량과 법인카드 등을 제공받아 이용했다는 뇌물‧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있다.

이화영씨 측은 그간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한 사실이 없고, 쌍방울로부터 법인차량을 잠시 빌려 이용한 것일 뿐”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1심은 쌍방울이 이화영씨에게 총 3대의 법인차량을 번갈아가며 제공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뉴스1

판결 내용에 대한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쌍방울 부회장이던 방용철씨는 2020년 3월 술자리에서 이화영씨가 본인에게 “쌍방울에 차 있으면 한 대만 줘봐라”라고 요청했다며 “오래된 렉서스 차량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

방씨는 한 달 뒤인 그해 4월 이씨에게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데 일본 차를 타고 다니면 큰일난다. 내가 타고 다니는 카니발이나 타라”고 하며 카니발로 차량을 바꿔줬다고 했다. 방씨는 이어 “처음 제공한 카니발이 오래돼 잔고장이 많이 났었던 것 같다”며 “이화영씨가 다른 차가 없냐고 해서 다른 부회장 A씨가 타고 다니던 신형 카니발로 바꿔주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뉴스1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도 “구체적인 차량번호는 알지 못하지만, 이화영씨에게 법인차량이 제공되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회장은 “차량 교체 건이 보고되면 ‘교체해줘라’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화영씨에게 제공된 신형 카니발을 이용하고 있던 A씨는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방용철씨로부터 차를 반납하라는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며 오래된 에쿠스로 차량을 바꿔갔다고 진술했다. 김 전 회장의 매제인 쌍방울 이사 김모씨도 “A씨가 오래된 에쿠스를 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해서, ‘아마도 이화영씨 때문일 것이다’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낸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쌍방울 측이 이화영씨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기아 '카니발'. 사진은 이씨가 제공받은 차량과 같은 차종의 모습./현대‧기아차 제공

이들의 증언이 객관적 증거와 부합한다는 것이 1심의 판단이다. A씨는 텔레그램(메신저 앱)을 이용해 ‘카니발 반납하고 똥차(오래된 에쿠스) 타란다. 내일 너 기다리는 동안 차량 교체해야겠다’라는 메시지를 김씨에게 보냈다. 이에 김씨는 “그 XX 잡놈인 이화영 때문일거다 아마도”라고 답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화영씨의 휴대폰에선 쌍방울로부터 제공받았던 두 대의 카니발이 찍힌 사진들도 나왔다고 한다.

이화영씨 측은 재판 중 “방용철씨에게 내 차량을 주고, (쌍방울 측의) 카니발을 잠시 사용한 것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를 바꿔탄 것이지, 제공받은 게 아니라는 취지다.

하지만 1심은 “이씨 측은 방씨에게 차량을 제공한 일시, 기간, 차종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방씨는 당시 쌍방울의 대표이사로서 회사로부터 제네시스 EQ900을 제공받아 사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차량을 교환한 것이라는 이화영씨 측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