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그룹 회장. /뉴스1

파리바게뜨 제빵사들에게 민노총 탈퇴를 강요하는 관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허영인(75) SPC 회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조승우)는 18일 오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등 SPC 관계자 19명에 대한 첫 재판을 진행했다.

허 회장 변호인 측은 “민노총 조합(파리바게뜨 지회)이 불법 시위를 이어가며 회사의 이미지를 폄훼하자, 회사가 제빵기사들에게 민노총을 탈퇴하고 한노총 조합(PB파트너즈 노조)에 가입하라고 권유한 정도”라며 “민노총을 탈퇴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등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건 아니다”라며 탈퇴 종용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변호인은 “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인사 정성평가에서 무조건 낮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라며 “소속 노조와 상관없이 회사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어려운 일에 솔선수범하는 등 근무 태도가 좋은 사람은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

허 회장 등이 한노총 조합을 사측 입장을 언론에 대변하는 ‘어용노조’로 활용했다는 점도 부인했다. 변호인은 “한노총 노조는 어용노조고, 민노총 노조는 근로자 권익을 대변한다는 검찰의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며 “한노총 노조가 어용노조라면 근로자 80%에 달하는 4000여명이 가입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수 노조가 느낄 수 있는 소외감에 대해 주의 깊게 챙기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후회한다”며 “복수 노조를 처음 경험하는 회사 입장에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해 벌어진 일로, 전형적인 부당 노동 행위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반면 허 회장과 함께 기소된 황재복(63) SPC 대표는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 황 대표 측 변호인은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제빵기사들에게 민노총 조합 탈퇴를 종용했다”며 “SPC의 미래를 위해서 범행에 관여한 당사자들이 처벌을 받고 노사 관행을 바로잡는 게 올바르다고 생각해 사실을 밝히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민노총 소속 조합원 30여명이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재판이 끝난 후 법정 앞에서 일부 조합원이 “잘못을 인정하라”며 고성을 질러 한때 소란이 빚어졌다. 피고인과 조합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허 회장 등은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내 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가 회사에 비판적인 활동을 이어가자, 지난 2021년 2월~2022년 7월 조합원 570여명에게 탈퇴를 종용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주는 반면,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를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노조법 위반 혐의로 지난 3월 황 대표를, 4월에는 허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