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비방까지도 처벌하는 공직선거법의 후보자비방죄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공직선거법 251조 중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선고기일에 출석해 있다. /연합뉴스

공직선거법 제251조는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 등 방법으로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나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을 비방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후보자’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다.

2018년 지방선거에 노원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A씨는 경쟁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벌금 600만원을 확정받았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251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이에 대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 대한) 비방행위가 허위 사실에 해당할 경우에는 허위 사실 공표 금지 조항으로 처벌하면 족하다”면서 “사실에 근거한 문제 제기의 경우 반박 과정을 통해 유권자들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능력, 자질 및 도덕성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헌재는 또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자발적으로 공론의 장에 뛰어든 사람이므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고 했다.

이종석·이은애·정형식 재판관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후보자가 상대방에 대한 사실 적시 비방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려는 유인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해 선거 과정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는 지난 2013년 같은 조항에 대해 재판관 5(위헌)대 4(합헌)로 가까스로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위헌 의견을 제시한 재판관이 더 많았지만 위헌 결정 정족수인 6명을 넘지 못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 허위 사실을 공표한 사람을 처벌하는 공직선거법 250조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