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등 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자리하고 있다. /뉴시스

친족상도례를 직역(直譯)하면 ‘친족 간 도둑질에 대한 특례’다. 이 제도의 역사는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법은 가정의 문턱을 넘지 않는다’는 로마법에서 유래됐고, 이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의 형법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일본을 거쳐 1953년 우리나라에는 형법이 만들어질 때 함께 도입됐다. 대륙법계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 일본 등도 친족상도례와 비슷한 법 규정을 갖고 있지만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영미법계 국가인 영국, 미국 등은 가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형법전에 친족상도례가 처음 명문화된 것은 1810년 프랑스 형법이었다. 프랑스는 부모, 조부모, 자녀, 손주, 배우자만을 대상으로 강요‧공갈‧사기 등 재산 범죄를 형사소추를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친족상도례의 가족 관계 적용 범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좁은 편이다.

독일은 ‘친족’ 개념에 친·인척, 배우자, 생활동반자(동성 배우자), 약혼자, 형제자매, 양부모자녀 관계 등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혼인 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다. ‘가족’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이들 범죄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돼 있다. 대상 범죄는 절도·횡령·사기·배임 등이다.

일본의 경우 배우자와 직계혈족, 함께 사는 친족의 절도죄, 부동산침탈죄의 형을 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친족 범죄는 ‘친고죄’로 다룬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구조이지만 민법상 친족 범위가 한국보다 좁아 실제로는 이 특례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영국과 미국 등 영미법계 국가는 친족상도례 조항을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 가족 간 범죄라도 일반 범죄와 다를 바 없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