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친족상도례’ 위헌소원 심판에 대한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헌법재판소가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을 비롯해, 과거와 달라진 가족 관계와 문화를 반영해 기존 판례를 뒤집는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헌재는 지난 4월 25일 ‘유류분’ 제도에 대해서도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고인(故人)의 뜻과 관계없이 특정 가족에게 법정 상속분의 일정 비율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1977년 민법에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지 47년 만에 나온 위헌 결정이다.

헌재는 고인의 형제 자매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민법 제1112조 4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유류분 제도에 상실 사유를 규정하지 않고 있는 조항(민법 1112조 1~3호)과 부모 부양과 재산 형성 기여분에 대한 고려가 없는 민법 1118조에 대해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정신적·신체적으로 학대하는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도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고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작년 5월 부모의 제사에 대한 권리를 갖는 ‘제사 주재자’는 성별과 관계 없이 연장자가 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장남에게 제사 주재자 우선권을 줬던 대법원 판례가 15년 만에 깨진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사회의 제사에서 부계 혈족인 남성 중심의 가계 계승 의미는 상당 부분 퇴색했고, 남성이 여성에 비해 제사 주재자로 더 정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하고 개인 존엄과 양성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 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친족의 범위를 새로 판단한 판례도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20년 6월 독립유공자 유족 자격을 구하는 소송(친생자 관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소송을 낸 독립유공자의 증손자에게 소송 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8촌 이내 혈족은 소송 자격이 있다’는 기존 판례를 40년 만에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당시 “2005년 호주제가 폐지되면서 부부와 자녀를 중심으로 한 가족 제도로 재편되고 우리 사회 가족 형태도 이미 핵가족화됐다”며 “민법 777조의 ‘친족’이 밀접한 신분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볼 법률적·사회적 근거가 약해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