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경복궁 담벼락에 2차 낙서를 한 20대 남성 설모씨가 지난 12월 성북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재판장 최경서)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월 기소된 설모(29)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 및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문화를 계승하는 데 있어서 문화 보존은 필수불가결하다. 법률이 이에 대해 엄하게 처벌하는 것도 인류 문화 발전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복궁의 역사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면서 “설씨는 일종의 모방 범죄를 한 뒤 ‘행위 예술’로 보아 달라 주장하는 등 이 사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설씨는 정신병적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등을 진단 받고 유년기에 부모 이혼에 따른 환경을 겪으며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못했다”며 “스스로 경찰서 출석해 범행을 자백했다”고 짚었다.

설씨는 작년 12월 1차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16일)가 발생한 다음 날인 17일 모방 범행을 통한 ‘2차 낙서’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설씨는 당시 경복궁 영추문 인근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길이 3m, 높이 1.8m 크기로 특정 가수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이 적힌 낙서를 남겼다.

설씨는 낙서 다음날 경찰서에 자수했지만, 같은 달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예술을 했을 뿐”이라며 “(범행에 대해) 죄송하지 않다”는 취지의 글을 쓰고, 범행 직후 찍은 ‘인증 사진’까지 올리는 기행을 보였다. 법원은 작년 12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설씨는 이날 갈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와 선고 내용을 들었다. 재판부는 선고 직후 “치료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판결문엔 담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정신적, 가정적 어려움을 겪고 은둔형 외톨이처럼 스스로 격리하며 사이버 공간에서 영웅심·관심을 받고자 하는 욕망이 보인다. 그런 점을 돌아보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