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8년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검찰은 또 ‘전주(錢主)’ 손모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9월 12일이다.

법조계에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손씨에 대한 2심 판단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수사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과정에서 권 전 회장 측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검찰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권 전 회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81억3000여만원을 추징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1심은 공소 사실 중 일부에 대해 공소 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며 “1심은 일부 사실을 오인하고 양형도 부당하다. 공소 사실의 전체를 유죄로 판단해 1심 구형과 같이 선고해 달라”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은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띄운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권 전 회장이 2008년 도이치모터스가 우회 상장한 후 주가가 하락하자 ‘주가조작 선수’, 전·현직 증권사 임직원 등과 짜고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하지만 작년 2월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시기별로 다섯 단계로 구성한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1단계 전부와 2단계 일부는 공소 시효가 지났다며 면소(免訴) 판결을 하고, 2010년 10월 이후 혐의만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권 전 회장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권 전 회장 측 변호인은 이날 결심 공판에서 “원심은 김 여사 명의의 계좌를 피고인(권오수)이 운용했다고 했지만, 이는 검찰이 관련 녹취록을 제출하지 않아서 재판부가 잘못 판단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계좌를 운용한 게 아니라, 거래를 맡은 직원이 구체적인 매도 시기와 가격을 정해 정상적인 거래를 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돼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가 추가된 ‘전주’ 손모씨에 대해선 “대출받은 100억원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수하면서 시세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게 가담해 최소한 방조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3년에 벌금 50억원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에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조사할 지에 대해 “항소심 재판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가 오는 9월 12일 선고에서 김 여사 계좌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고 판단한다면, 김 여사 수사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