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을 위해 키우던 돼지를 살처분한 뒤 새 가축을 들이지 못해 손해를 본 농가에게 지자체가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이명원 기자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양돈업자 A씨 등 3명이 경기 연천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연천군이 양돈업자들에게 영업손실분 43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 등은 2019년 9~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하자, 그해 10월 연천군의 지시에 따라 키우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했다. 이듬해 2월 연천군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병한 농가에 ‘이동제한·소독·출입통제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이 내려지면 외부에서 새 가축을 들여와 키울 수 없다. 살처분 이후 새 돼지를 들여오지 못했던 A씨 등은 명령이 해제된 9개월 후에야, 다시 돼지를 들여와 영업을 할 수 있었다.

이후 연천군은 양돈업자들에게 돼지를 살처분한 비용을 보상해줬다. 하지만 A씨 등은 “연천군으로 인해 사육하던 돼지를 모두 살처분하고 이동제한 명령이 해제된 후 영업이 정상화될 때까지 영업이익을 얻지 못하는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연천군의 명령 때문에 9개월간 영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보상해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양돈업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사육제한명령에 따른 손실보상 규정’을 유추 적용해 지자체게 양돈업자들에게 영업손실분만큼 보상해줘야 한다고 봤다.

법원은 “연천군은 살처분명령과 이동제한·소독·출입통제 명령을 연달아 내려 A씨 등이 이 기간 실질적으로 가축을 전혀 사육할 수 없었다”며 “이는 손실 보상의 대상이 되는 특별한 희생에 해당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