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연합뉴스

‘해병대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청와대 경호처 출신 A씨가 작년 8월 2일 임 전 사단장의 사의 표명 소식을 언론에서 보고 처음 안부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는 임 전 사단장이 사표를 썼다가 이종섭 전 국방장관에게 정상 출근 지시를 받은 이후로, 구명 로비 자체가 있기 어려웠다는 취지다.

A씨는 1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은 작년 8월 2일 텔레비전 방송 밑에 깔리는 (뉴스) 자막을 보고 알았다”며 “그때 처음 (임 전 사단장에게) 안부 문자를 보내니까 답이 왔고, 그러고는 더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선배(이종호)한테 연락해서 ‘(임 전 사단장이) 사의 표명했다고 합니다’라고 전한 것 뿐”이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씨와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임 전 사단장은 작년 7월 28일 해병대 사령관에게 처음 사의를 표명했고, 사흘 후인 7월 31일 이 전 국방장관은 이를 반려했다. 이 기간을 포함해 고 채수근 상병이 사망한 작년 7월 19일부터 임 전 사단장 사표 보도가 나온 8월 2일 전까지 두 사람이 전화나 문자, 텔레그램 등으로 연락하거나 구명 관련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구명 로비 프레임을 자꾸 갖다가 (사실에) 대입하려고 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안타깝다”고 했다.

앞서 임 전 사단장도 “(작년) 8월 2일 이후 A씨에게 ‘언론을 통해 사의 표명을 들었다. 건강 잘 챙겨라’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받은 듯한데 정확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이날도 “작년 7~8월 A씨와 제 거취 등에 관해 소통한 적 없다. 구명 로비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 8월 25일에도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사의를 표명했다. A씨와 거취를 논의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A씨가 작년 8월 9일 해병대 출신 김모 변호사와 통화한 녹취록에는, A씨가 “나는 사단장만 잘 살피고 있다. 내가 통화도 하고 그랬다”고 말하는 내용이 나온다. A씨는 “(임 전 사단장에게) ‘어떤 경우가 와도 도의적인 책임은 지겠지만 그걸로 인해 사의 표명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랬더니) ‘자기도 그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변호사에게 전했다.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설 등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이들이 이즈음 연락을 했는지, 거취 관련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규명할 전망이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원 사망 사고 1년 전인 2022년 6월쯤 A씨 등과 골프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사단장과 A씨 등은 경기 화성시에 있는 해병대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A씨는 이에 대해 “(임성근이) 사단장에 부임하기 전 얼굴을 볼 겸 안면 있는 동료들과 함께 골프를 친 건 맞다”며 “그 이후 임 전 사단장과 골프를 친 적은 없다”고 했다. 임 전 사단장은 “2022년 6월 골프를 친 것이 로비 의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이 골프 모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 이종호씨와 A씨, 김 변호사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는 별개다. 이씨 등은 작년 5월 이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이씨와 임 전 사단장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