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관련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난 1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불법 대북 송금’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뇌물’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1심 판결에 대해 17일 항소했다. 지난 12일 선고 후 5일 만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이날 “김 전 회장과 관련해서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며 “피고인과 이 전 부지사와의 관계, 피고인이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한 금품 규모, 기간, 성격 등을 고려하면 보다 중한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회장의 공범이자, 그의 매제이기도 한 전 쌍방울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에 대한 판결에도 항소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아직 항소하지 않은 상태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12일 재판부 선고가 끝난 후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착잡하다”며 “(항소 계획에 대해선)변호인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범인 김씨 측 법률대리인은 전날 법원에 항소장을 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김 전 회장의 불법 대북 송금, 뇌물 등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뇌물 공여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 인멸 우려가 없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한 태도를 고려했다”며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김 전 회장의 대북송금을 도와 환치기 등의 방법으로 북한에 돈을 보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김씨에 대해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당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이 사건은 2019년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의 부탁을 받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달러,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북한에 대신 낸 혐의에 관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미 지난달 7일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을 선고하며, 징역 9년 6월의 중형을 내린 것과 같이 김 전 회장의 혐의도 대부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대신 냈다는 800만 달러 중 스마트팜 사업비 164만달러와 방북비 230만달러 등 총 394만달러가 대납 목적으로 무단 유출돼 외국환거래법을 어겼다고 판결했다.

김 전 회장이 이 전 대표의 방북 비용 명목으로 준 300만달러 중 200만달러가 북한 조선노동당으로 전달됐다고 봤다. 다만, 이 돈은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협력사업을 준비하는 행위에 불과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와달리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는 북한 조선아태위에 지급해 ‘미승인 협력사업’을 시행해 법을 위반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지사에게 2억1800여 만원의 정치자금과 이중 1억700여 만원의 뇌물을 준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북한에 음성적인 방법으로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해 외교, 안보상 문제를 일으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모두 이화영의 요청과 회유에 의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은 유리한 사정”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800만 달러의 대북송금을 통해 이 전 대표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도 기소된 상태다. 그는 또 이 전 부지사에게 자신의 지인인 경찰의 승진을 청탁하며 3000만원을 주고, 2020년 총선에 출마했을 때는 여러 사람 이름으로 2000만원의 후원금을 쪼개기 방식으로 전달한 혐의로도 추가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