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상철(71) 한글과컴퓨터 회장이 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코인으로 96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 ‘한글과컴퓨터’그룹 김상철(71) 회장에 대해 검찰이 신청한 구속 영장이 18일 기각됐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세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김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같은날 오후 영장을 기각했다. 김 판사는 “배임 혐의와 관련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고, 공범 등에 대한 광범위한 증거 조사가 이뤄져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으며 주거, 연령, 가족관계 등에 비춰 도주 우려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나머지 죄명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인하고 있고, 피해가 회복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한컴그룹의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에서 지분을 투자한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 코인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건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은 2021년 4월 사실상 페이퍼컴퍼니인 싱가포르의 한 회사를 차명으로 인수해 아로와나테크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가상화폐 운용사인 아로와나테크는 이후 아로와나토큰 5억개를 발행해 국내 코인 거래소에 상장했다. 아로와나테크는 이 코인을 “디지털 6대 금융사업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상자산”이라고 홍보했다. 상장 당시 50원이었던 아로와나토큰은 30분 만에 가격이 1000배 넘게 뛰었고, 상장 당일 최고가 5만3800원에 거래됐다. 그러나 코인은 지난 2022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상장 폐지됐다.

'아로와나토큰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김상철 한글과컴퓨터(한컴) 회장의 아들 김모씨(왼쪽)와 아로와나토큰 발행 업체 대표 정모씨가 지난해 12월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의 둘째아들인 한컴위드 사내이사 김모(25)씨와 아로와나테크 대표 정모(48)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 가상자산 컨설팅 브로커들에게 이 코인 1857만1344개의 운용·매도를 의뢰했다. 이 코인은 이더리움, 비트코인, USDT등의 안정적 가상화폐로 바뀌어 김씨의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됐고, 이렇게 확보한 비자금은 약 96억원 상당에 달했다. 김씨는 이 돈으로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구입하거나 주식 매입, 신용카드 대금 지급, 백화점 물품 구입 등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와 정씨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됐으며, 지난 11일 1심 판결에서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6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한컴그룹의 총수 아들과 자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들은 일반인들의 가상화폐 투자 심리를 이용해 투자금을 끌어모았다”며 “이를 고려하면 이 사건 범죄는 매우 중대하고 사회적 패악이며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아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 사건을 조사해온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김 회장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보고, 배임 혐의로 입건해 지난달 말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지난 16일 김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