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18일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채수근 상병 묘역에서 거행된 1주기 추모식에서 묘비를 바라보고 있다./뉴스1

‘해병대원 사망 사고’와 관련해 구명 로비 의혹을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사건 당시 통화 내역이 공개됐는데,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통화한 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통해 임 전 사단장을 구명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던 인물이다.

18일 본지가 확인한 임 전 사단장의 통신 기록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해병대원 사망 사고 조사가 진행 중이던 작년 7월 28일부터 8월 9일 사이 이씨와 전화나 문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와 함께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도왔다고 지목된 청와대 경호처 출신 송모씨가 임 전 사단장과 통화한 기록도 없었다. 해당 내역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항명 사건을 심리 중인 군사법원이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것이다.

이씨와 송씨는 김규현 변호사 등 해병대 출신들과 함께 종종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들 간에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논의하는 정황이 담긴 통화 녹취록이 최근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이씨는 작년 8월 9일 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의 거취를 두고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송씨도 같은 날 김 변호사에게 “나는 사단장만 잘 살피고 있다. 통화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통화 녹음 파일 등을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제출하고 언론에 구명 로비설을 폭로했다. 과거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으로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을 도와줬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씨와 송씨, 임 전 사단장 등은 “구명을 논의하거나 연락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이날 공개된 임 전 사단장의 통신 기록에 로비 관련자들과 연락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으면서, 법조계에서는 “로비가 없었다”는 임 전 사단장 측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씨는 앞서 ‘VIP’ 언급에 대해 “윤 대통령을 칭한 것”이라며 “해병 후배인 김 변호사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자꾸 물어 멋있게 보이려고 오버스러운(과장된) 표현을 써서 얘기했다”고 말했다.

다만 전화나 문자가 아닌 텔레그램,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연락했을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관련 통신 기록 등을 분석하며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사단장은 당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이윤세 공보정훈실장 등 해병대 관계자들과는 여러 차례 통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종섭 전 장관이 작년 7월 31일 박 전 수사단장의 해병대원 사망 사고 조사 결과를 보류하기 직전에 통화한 ‘02-800-7070′ 번호의 통화 내역도 군사법원에 제출됐다. 이 번호는 ‘대통령 경호처’ 명의다. 해당 번호의 작년 7월 28일~9월 2일 통신내역에 따르면, 작년 7월 31일 오전 조태용 당시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장(현 국가정보원장)과 주진우 당시 법률비서관(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주 의원 측은 이날 “순직 해병 사건과 관련해 그 누구와도 통화한 사실이 없고, 어떠한 관여도 한바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