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청소년 4명을 모텔에서 함께 묵을 수 있게 한 종업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무인(無人)텔’ 종업원이 이들이 이성(異性)혼숙을 하려고 했거나,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판단이다.

서울 시내 모텔촌 모습.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뉴시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단독 양진호 판사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양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청소년들이 이 사건 모텔에서 이성혼숙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같이 판단했다.

서울 강남구의 한 모텔에서 종업원으로 일한 A씨는 작년 7월 18일 오전 12시 반쯤 숙박요금 6만원을 받고 청소년 남녀 총 4명이 함께 투숙을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모텔은 관리자를 통하지 않고 별도의 키오스크(무인정보 단말기)에서 희망 호실을 선택해 결제한 뒤 머무르는 이른바 ‘무인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으로 A씨가 투숙을 직접적으로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무인텔엔 ‘무인기를 사용할 것’ ‘미성년자출입금지’ 등의 안내 사항도 적혀 있었다.

특히 이 키오스크엔 신분증을 통해 성인인증을 한 후 결제가 되는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성인인증이 되지 않는 경우엔 A씨 같은 직원을 통해 청소년인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다만 이 키오스크에도 허점은 있었다. 투숙객 전원이 아닌 한 명에 대해서만 신분확인이 이루어져도 결제 및 열쇠 수령이 가능하도록 작동한 것이다. 한 명이 먼저 입실한 뒤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양 판사는 당시 청소년 중 한 명이 이와 같은 인증 방식을 거쳐 출입하는 등 카운터에 있던 A씨의 인지와 상관없이 혼숙이 이뤄졌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 판사는 “A씨가 이러한 일시에 청소년들의 이성혼숙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청소년들이 모텔에서 이성혼숙을 하는 사실을 인식했다고 볼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