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환불 대란이 일어났던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이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겼다. 법원은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티몬·위메프 등 온라인 쇼핑몰에겐 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환불 현장 접수를 위해 기다리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민사905단독 이국현 부장판사는 머지포인트 이용자 300명이 운영사 머지플러스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사는 권남희(39) 머지플러스 대표와 동생 권보군(36) 최고전략책임자(CSO), 머지플러스 등이 이용자들에게 총 2억 2454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용자들은 1인당 수십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모두 인정했다.

이 판사는 작년 10월 권남희·권보군씨가 사기 혐의로 각각 징역 4년·8년을 대법원에서 확정받으면서, 이용자들이 머지머니를 사용할 수 없게 됐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당시 권씨 남매는 언제든 사업이 중단될 수 있는 재정 상태에서 피해자들을 속여 머지머니 등을 판매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다.

이용자들은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판매한 티몬·위메프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판사는 “티몬·위메프는 머지포인트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음이 명백한데도 판매를 계속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티몬·위메프이 머지포인트를 적극 홍보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통상적인 영업활동이므로 불법행위를 방조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들이 홈페이지 하단에 자신들을 ‘통신판매중개자’라고 기재한 점, 입점 판매자의 상품정보·거래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을 명시했다는 점에서도 배상책임이 없다고 봤다.

머지포인트는 2018년 음식점·편의점 등에서 20% 할인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며 판매된 전자화폐다. 소비자가 머지포인트 상품권을 사면 액면가보다 더 많은 몫의 ‘머지머니’를 충전해줘 100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하지만 2021년 8월 주요 가맹점이 대거 계약을 해지하면서 대규모 환불 사태가 벌어졌다.

머지포인트는 2020년 5월∼2021년 8월 적자가 누적된 상태에서 자체 현금 없이 고객의 선결제 대금을 통해 이른바 ‘돌려막기’ 방식으로 서비스를 유지해왔다. 결국 운영사는 1000억원대의 환불금을 돌려주지 못했다. 검찰이 파악한 머지포인트 구매자의 피해액은 751억원, 머지포인트 제휴사 피해액은 253억원이었다.

머지포인트 이용자들이 운영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9월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최욱진)는 머지포인트 이용자 148명이 머지포인트 운영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2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도 머지포인트 운영자 등의 배상책임은 인정했지만, 머지포인트를 판매한 온라인 쇼핑몰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최근 티몬·위메프에서 거래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소비자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자,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