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 상고심 재판부에 500쪽 분량의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항소심 결과를 뒤집기 위해 ‘비자금 300억원 메모’의 진위를 다투는 내용 등을 담았다고 한다. ’

최 회장 법률 대리를 맡은 홍승면 변호사 등은 지난 5일 대법원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20일 상고장을 제출한 지 46일 만이다. 홍 변호사는 법관 시절 ‘대법관 0순위’로 불렸으며 대법원장 후보로도 꼽혔다. 노 관장은 서울가정법원장과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전 국민의힘 의원을 상고심 대리인으로 선임해 맞선다. 법조계에선 “법조계 별들의 전쟁” “최고 변호사들의 치열한 공방이 기대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 회장 측 “김옥숙 ‘300억원 메모’ 신뢰 못해”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 노 관장의 어머니이자 노태우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옥숙 여사의 ‘300억원 메모’를 신뢰할 수 없고, SK가 ‘노태우 정부’의 혜택을 받아 성장한 것이 아니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2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 등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최 회장 부친인 고(故) 최종현 회장 쪽으로 흘러가 선경그룹(현 SK) 성장의 발판이 됐다고 봤다. SK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인정되는 노 관장에게 재산의 35%(1조3808억원)를 나눠주라고 선고했다.

최 회장 측은 상고이유서에서 2심 재판부가 재산 분할액을 산정할 때 오류를 범한 점도 자세히 지적했다고 한다. 2심 판결 후 최 회장의 SK 주식 가치 판단에 오류가 드러나자, 재판부는 판결문 경정(更正·계산이나 표현 오류를 고치는 일)을 했다.

◇법조·재계 “최고의 변호인단, 치열한 공방 기대”

법조계에선 최 회장과 노 관장이 천문학적인 재산 분할금 확정을 앞두고,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 회장이 새로 선임한 공격수는 홍승면 변호사다. 대입 학력고사 전국 수석, 사법연수원 수석 수료에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낸 ‘엘리트 법관’으로, 사실관계 판단과 법리 적용이 치밀해 상급심에서 뒤집기 어렵기로 정평이 났었다. 또 법무법인 율촌의 가사전문법관 출신 김성우,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이재근·민철기·이승호 변호사도 최 회장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그래픽=이철원

최 회장 측은 우선 ‘심리불속행 기각’(상고 대상 사건이 아니어서 심리 없이 2심대로 확정)을 피하면서, 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부(小部)를 거쳐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끌고 가 재산 분할 비율을 낮추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방어전에 나서는 노 관장 측 수장은 최재형 전 의원이 맡았다. 최 전 의원은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장을 지냈다. 그가 속한 법무법인 하정의 강명훈 대표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포함됐다. 최 전 의원은 고교 시절 다리가 불편했던 강 변호사를 등에 업고 졸업할 때까지 2년 동안 등·하교를 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최 전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과도 막역하다. 조 대법원장이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최 전 의원에게 100만원을 후원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최 전 의원은 “가정을 지키려고 했던 노 관장의 노력이 법적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도록 돕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