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오는 14일 국회에서 예정된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고 9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청문회 증인으로 이 총장과 김건희 여사, 장시호씨 등 20명을 채택했다. 탄핵 대상이 된 김 차장검사도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이 총장이 탄핵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해 범죄 수사와 탄핵소추에 관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할 경우,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수사와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김 차장검사의 탄핵소추 사건 조사를 위한 청문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김 검사가 과거 국정 농단 사건 수사 때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도록 교사했고, 김건희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대기업 협찬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과 관련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소추 사유로 삼았다. 송영길 전 대표 등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연루된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을 위법하게 별건 수사했다는 내용도 소추 사유로 포함됐다.

대검은 “장시호 사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에서 수사 중이고 민주당 전당대회 사건은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대통령 배우자와 관련된 사건은 전 정부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총장의 지휘권이 배제됐거나 공수처에서 수사 중으로 답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 탄핵 청문회에 검찰총장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답변을 요구하는 것은 입법권의 한계를 넘어 사법을 정쟁으로 끌어들여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은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 등을 수사한 검사 4명을 탄핵 청문회에 강제로 출석시킬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민주당은 검사들이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 구인하거나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검은 이에 “소추 대상자는 탄핵 절차의 당사자로서 제3자인 증인이 될 수 없다”며 “당사자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것은 법적 근거 없는 위법한 절차”라고 지적했다. 국회법은 탄핵소추 대상자와 증인을 구분해 절차를 적용하고 있고, 증인이 아닌 소추 대상자의 출석을 요구할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당사자인 탄핵 검사를 청문회에 세워 증언 선서를 시키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 건 위헌∙위법하다고도 했다.

대검은 또 민주당이 밝힌 ‘동행명령’ 등 강제 소환 계획도 법률상 근거가 없다고 했다. 대검은 “현행법상 동행명령은 국정감사∙조사를 위한 위원회에 한정해 가능하므로, 법사위에서 탄핵소추 사건 조사 명목으로 동행명령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이를 알고 지난 6월 청문회에 증인 출석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 증언감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김 차장검사도 탄핵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는 사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엄희준·강백신·박상용 검사도 청문회에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