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얼굴에 난 흉터가 뚜렷하다면 흉터 길이 기준에 못 미치더라도 상이(傷痍)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상이연금은 공무 중 다치거나 질병을 얻은 군인에게 국방부가 지급하는 연금이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가정·행정법원 전경. /서울행정법원 제공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손인희 판사는 군인 A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상이등급결정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손 판사는 “상이등급은 흉터로 겪게 되는 개인의 심리적 위축 등을 장애로 인정하는 취지”라며 “A씨의 Y자 흉터는 길이 5cm 이상 흉터에 해당해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에 해당한다”며 A씨를 상이연금 대상으로 판단했다.

1999년 8월 임관해 특수요원으로 일하던 A씨는 2001년 10월 주둔지 훈련장에서 특수무술 훈련 중 공중회전을 하다가 떨어져 미간에 Y자 모양의 흉터가 생겼다. 이 Y자 흉터의 길이가 긴 부분은 4cm, 짧은 부분은 1cm로 확인됐다.

A씨는 국방부에 상이연금을 청구했지만 작년 4월 거부 당했다. 국방부는 “2개 이상의 상처가 인접해 있어 하나의 상처로 보일 때는 길이를 합산해 평가한다”며 “Y자 두 상처의 길이가 합쳐서 5cm 미만이라 흉터장해에서 인정하는 상이등급(1~7급) 내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 군인 재해보상법에 따르면 얼굴 흉터의 상이등급은 ‘길이 5cm 이상의 선 모양 흉터’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한편 국군수도병원은 2022년 12월 A씨에 대해 “이마 부위 선모양의 흉터(4cm)와 눈 주변 미간 흉터(1cm)가 남은 상태로, 인접한 2개의 선모양 흉터를 합쳐 5cm 선모양의 흉터로 간주 가능하다”는 장해진단서를 발급한 바 있다.

이에 A씨는 “Y자 형태의 흉터는 총 길이가 5cm가 넘는다”며 군인재해보상연금재심의위원회에 다시 심사를 청구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입장을 바꿔 “Y자 흉터는 2개가 아니라 별개의 흉터”라며 그 중 길이가 긴 흉터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A씨의 Y자 흉터 중 길이가 긴 부분이 4cm이므로, 상이등급 기준에 맞지 않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손 판사는 “Y자 모양 흉터가 하나의 흉터로 단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A씨는 공무수행 중 발생한 사고로 얼굴에 5cm 이상의 선모양 흉터가 남아 상이등급 7급의 ‘외모에 뚜렷한 흉터가 남은 사람’에 해당하므로 상이연금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