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양진경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은 작년 11월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 디올백을 받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1년 2개월 전 최 목사가 손목시계형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공개된 것이다. 검찰은 작년 12월 김 여사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지 8개월 만인 최근 ‘무혐의’ 결론을 냈다. 이들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서울중앙지검, 무혐의 결론낸 이유

①청탁금지법, 배우자 처벌 조항 없어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별도의 처벌 조항이 없다. 애당초 김 여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국민권익위원회도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과 같은 판단인 셈이다.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는 “처벌 규정이 없는 사건에서 현직 대통령 부인을 소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지만, 김 여사는 지난 7월 20일 제3의 장소에서 검찰 조사를 받았다.

②대통령 직무 관련성·대가성 없어

검찰은 또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디올백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 없다고 결론 내렸다. 직무 관련성은 청탁금지법, 뇌물죄 등 공직자 범죄에서 혐의를 구성하는 핵심 쟁점이다.

고발인인 서울의소리 측은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전후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통일TV 송출 재개 등의 청탁을 전달했으므로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전 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문제는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통일TV 송출 재개 요청은 디올백이 전달된 지 1년이 지나서야 이뤄져 시간적으로 관련성이 없다고 봤다.

특히 최 목사가 검찰 조사에서 직무 관련성을 부인한 점도 고려됐다. 최 목사는 지난 5월 검찰 조사에서 “디올백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윤 대통령 직무와 관련이 없고, 청탁 대가도 아니라는 취지였다.

③윤 대통령, 신고 의무 없어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면, 퇴임 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을 수도 있다. 물론 직무 관련성에 더해 인지 여부까지 인정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검찰은 디올백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는 만큼 윤 대통령에게 신고 의무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6월 언론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에선)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만 신고하도록 돼 있다. 직무 관련성이 있다면 (대통령기록물법상) 대통령 기록물이 되기 때문에 신고 의무가 없다”며 “대통령은 이러나저러나 신고 의무가 없다”고 했다.

김 여사는 검찰에서 “대통령은 작년 11월 서울의소리가 취재 요청을 했을 때, 디올백 수수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혐의는 아니다” 반대 측의 논리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지자 법조계 일각과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면죄부를 줬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난 대선 당시 경기도 법인카드로 전현직 국회의원 아내들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대접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 대표 부부는 한우, 초밥, 샌드위치 등을 경기도 법인카드로 결제한 배임 혐의에 대한 추가 기소를 앞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미 기소된 선거법 위반 혐의만 들어 “300만원짜리 디올백보다 10만원짜리 식사가 무거운 죄인가”라고 하고 있다.

①공직자 배우자, 명품백 받아도 되나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대해 법조계에선 “직무 관련성만 없으면, 공직자의 배우자는 고가의 선물을 받아도 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한다. 한 법조인은 “디올백 수수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처벌 규정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대해 더 치밀한 수사를 하거나, 청탁금지법 외 다른 법 적용도 검토했어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 대표 아내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대통령 부인은 봐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검찰은 선거법상 기부행위 위반으로 김혜경씨를 기소해 1심에서 300만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공안부장 출신 변호사는 “김씨는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을 어겨 기소됐기 때문에 김 여사와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②대통령 직무 관련성 폭넓게 봐야

검찰이 김 여사가 받은 디올백이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좁은 법 해석”이라는 지적이 있다. 형사 전문 한 변호사는 “최 목사가 디올백을 건네면서 이것저것 부탁이나 민원을 하는데, 이는 청탁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고려하지 않았으면, 최 목사가 왜 김 여사에게 찾아갔겠나. 직무 관련성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혐의를 살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목사 측도 오는 23일 대검찰청에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하면서 “김 여사가 일부 (최 목사의) 민원을 처리해줬다”는 주장을 펼칠 예정이다.

③뇌물죄·알선수재죄 적용도 가능해

최 목사와 함께 의혹을 제기한 서울의소리 측은 “김 여사에게 뇌물죄‧알선수재죄 등의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무원이 아닌 김 여사가 부정한 선물을 받았기 때문에 알선수재 혐의를, 윤 대통령은 직무와 관련해 경제 공동체인 배우자가 금품을 받았으니 뇌물 혐의를 각각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여사에게 알선수재 혐의 적용은 가능하지만, 남편을 통해 최 목사의 부탁을 알아봐줬는지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의 뇌물 혐의 역시 배우자가 공모한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