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에 사는 직장인 조모(26)씨는 최근 자신의 출생신고서를 보기 위해 차를 타고 3시간 30분을 달려 대구지법 영덕지원을 찾았다. 조씨는 “젊었던 부모님 손으로 출생신고를 했을 때의 설렘과 긴장을 느끼고 싶어서 법원을 찾았다”며 “내가 태어난 직후에 아버지가 직접 쓴 내 이름을 보니 뭉클했다”고 했다.

출생신고서를 확인하려는 20대 MZ세대들이 전국 법원에 몰리고 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보통은 부모님이 신생아의 이름, 주소, 출생 시간 등을 출생신고서에 직접 작성해 읍·면·동사무소에 제출한다. 법원은 이 출생신고서를 신생아가 30세가 될 때까지만 보관하게 돼 있다.

출생신고서는 사실 입양이나 친생자 확인 등 주로 가사 소송에 필요한 서류인데,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모님이 직접 쓴 손글씨를 보거나, 정확한 출생 시각을 확인하기 위해 열람하고, 추억 삼아 복사해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원실 관계자는 “올 7월쯤부터 하루에도 서너번씩 젊은 사람들이 출생신고서를 열람하겠다고 찾아온다”면서 “수년째 민원실 업무를 맡고 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블로그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는 출생신고서 보는 방법 등 관련 글이 수백개 올라와 있다.

출생신고서를 확인하려고 멀리 지방법원을 찾기도 한다. 출생신고서는 가족관계증명서상 등록기준지의 관할 법원이나 가정법원에 직접 가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들의 경우 등록기준지는 보통 호주(戶主)인 아버지의 고향인 경우가 많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취업 준비생 윤모(24)씨도 지난달 광역버스를 타고 수원지법에 가서 출생신고서를 복사해왔다. 윤씨는 “사주나 타로점을 볼 때 정확한 출생 시각을 묻는데, 부모님도 가물가물해서 확인하고 싶었다”며 “인스타그램에서 출생신고서를 30살 전까지만 확인할 수 있다는 글을 보고 달려갔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출생신고서는 열람 과정이 꽤 번거로워 열람 문의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처럼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열람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