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새 이사 선임과 관련한 청문회에 출석한 이진숙(오른쪽)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민주당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 위원장 등이 임명한 방문진 새 이사 6명에 대해 법원은 26일 임명 절차에 문제가 있다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뉴스1

법원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임명에 제동을 건 것은 ‘방통위 2인 체제’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이 취임 첫날인 지난달 31일 김동률 서강대 교수와 손정미 TV조선 시청자위원회 위원, 윤길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특별위원, 이우용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임무영∙허익범 변호사 등 6명을 새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과정이 문제가 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되고 2인 이상 위원의 요구가 있으면 회의를 열어 주요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방통위는 형식상 의결 정족수(2인 이상)를 채운 만큼 적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절차상 하자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법원 “2인 체제, 방송 자유·공정성 해쳐”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이날 권 이사장 등 현 이사 3명의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송의 자유와 공정성 및 공익성,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 증진이라는 방통위법의 입법 목적을 저해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방통위 위원 5명 중 2명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1명은 여당, 2명은 야당이 추천하도록 돼 있다”며 “이는 정치적 다양성을 반영한 상임위원 5명으로 구성된 회의를 전제하고 있고, 구성원 모두가 납득돼야 하는 합치(合致)의 원리가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그러면서 “방통위가 새 이사 임명에 관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신청인들은 임명 무효(본안) 소송을 통해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법원 행정6부(재판장 나진이)도 이날 방통위의 2인 체제는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던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등이 신청한 집행정지 사건이다. 재판부는 “2인의 찬성만으로 임명한 것이 의결 정족수의 형식을 갖췄더라도,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본안 소송에서 (위법성 여부를) 다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재판부는 “신청인들은 후보자에 불과해 새 이사 임명으로 손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2인 체제’ 두고 엇갈리는 법원 판단

방통위의 방문진 이사진 교체에 제동이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8월 방통위가 권 이사장을 해임하고 후임자를 임명하자, 권 이사장은 이를 취소하라는 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1심과 항고심은 모두 권 이사장 손을 들어줬는데, 당시 항고심은 “단 2명의 위원이 후임자 임명을 결정해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밝혔다. 당시 방통위도 이동관 위원장 등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반대로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을 인정한 판결도 있었다. 지난 5월 서울고법은 YTN 노조가 방통위의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처분을 정지해달라며 낸 신청을 기각하면서 “이 사건 처분은 2명의 재적위원이 참여해 이뤄진 것으로 규정상 의결 정족수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방통위가 이날 법원 결정에 항고 방침을 밝히면서, ‘2인 체제’의 적법성은 상급심에서 다시 판단받게 됐다. 확정 결정까지는 6~7개월이 예상된다. 이사들 임명이 무효인지를 다투는 본안 소송은 별도로 1심이 진행 중인데, 대법원 판결까지 나려면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

◇방통위 파행은 누구 잘못? 여야 공방

법원 결정 후 여야는 방통위가 2인 체제로 구성된 책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방통위원 5인 중에 2명을 추천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면서 “(2인 체제의) 원인 제공을 민주당이 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법원이 2인 체제의 위법성을 지적한 게 의미가 크다”며 “정부는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문진 이사 선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