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스1

‘불법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첫 재판이 27일 이 대표 출석 없이 공판준비기일로 진행됐다. 이 대표 측 등은 “사건 기록 복사를 다 못 했다”고 했고, 재판부는 “기소된 지 두 달이 넘었다”며 신속하게 기록을 검토하라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이날 오전 이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에 앞서 범죄 혐의와 사건 기록 등에 대해 피고인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향후 일정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날 이 대표와 이 전 부지사, 김 전 회장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어제 검찰과 협의해 (사건 기록)열람등사(복사)를 시작했다”며 “사건 기록을 봐야 (재판을) 진행할 텐데, 어느 정도 늦을지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사건과 관련한 사건기록은 증거목록 등을 포함해 A4용지 약 4만쪽, 책으로 80권 분량에 달한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이 최대한 협조해달라”며 “기소된지 약 2개월이 지났고, 중간에 대법원에 토지관할의 병합 심리 신청이 있어 (재판이)미뤄졌는데, 더 늦어지는 건 문제가 있을 거 같다. 얼른 등사를 해달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 측은 수원지법에 기소된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 중인 자신의 대장동·성남FC 사건과 병합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는데,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재판부는 수원고법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 항소심 재판에 대해 언급하며, “이 재판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들에게 “사건과 쟁점을 공유하고 있는 항소심 재판 결과를 이 재판 심리에 어떤 형태로 반영할지 의견을 달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또 “기록을 완벽하게 파악하는 걸 기대하진 않는다”면서도 “공판기일을 지정하고, 기록을 파악하는 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10월 8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하고, 22분 만에 재판을 마쳤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당시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 측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모두 8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대북사업과 방북 성사 등을 통한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사실상 쌍방울로부터 800만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지난 6월 12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표는 또 이 과정에서 세관 등 당국에 신고 없이 외화가 국외로 밀반출되고, 유엔(UN)의 대북 제재를 어기고 북한 측에 들어가는데 관여해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 없이 북한과 사업을 추진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위반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통해 대북송금 등이 이 대표에게 보고됐으며, 그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지난 6월 7일 이미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이 전 부지사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9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이 재판에선 이 대표에 대한 보고 등 이 대표의 사건 인지, 관여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