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문·지인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 벌인 피의자 박모씨 검거 영상의 한 장면. /서울경찰청

서울대 동문 등 여성 60여 명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만들고 유포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 공범이 28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4명 중 첫 선고가 나온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유랑 부장판사는 이날 성폭력처벌법상 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공범 박모(28)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신상정보 공개·고지도 명령했다.

박씨는 서울대 졸업생 박모(39·구속 기소)씨,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 강모(31·구속 기소)씨 등과 공모해 2020년 7월부터 올 4월까지 여성의 사진을 합성한 허위 영상물 400여 개를 제작하고, 1735개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과 경찰 수사 결과 주범 박씨와 강씨 등은 ‘서울대생’ ‘능욕’ 등을 제목으로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이들은 AI를 이용한 딥페이크 기술로 대학 동문의 졸업 사진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얼굴 사진과 여성 나체 사진을 합성해 음란물을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유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확인된 여성 피해자만 61명에 달하면서 ‘서울대 n번방’ 사건으로 불리게 됐다.

이날 실형을 선고받은 박씨는 서울대 출신이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에서 “학업과 진로, 연애 등으로 생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범행에 가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차례에 걸쳐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아동·청소년 불법 촬영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김 부장판사는 “(박씨 등이 만든) 허위 영상물 내용은 일반인 입장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굴욕적이고 역겨운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셜네트워크의 익명성과 디지털 편집 도구의 편리성을 악용해 왜곡된 성적 욕망을 만족시키고자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장난 또는 스트레스 풀이용으로 도구화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일상을 촬영하고 기록을 남기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현대인의 일상적 행위가 범죄의 대상이 돼 인터넷으로 유포돼, 평범한 피해자들이 느낄 성적 굴욕감과 정신적 충격을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했다. 연갈색 수의를 입은 앳된 얼굴의 박씨는 선고를 듣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앞서 검찰은 박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허위 영상물을 상습적으로 편집·반포했을 때 적용되는 징역 7년 6개월에, 2개 이상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경합범 가중(1.5배) 규정까지 적용하면 선고는 최대 11년3개월까지 가능하다.

반면 대법원 양형 기준을 적용하면 법원이 박씨에게 선고할 수 있는 권고형 상한은 최대 6년5개월이다. 여기에 재판부는 박씨가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범행을 뉘우치며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앞선 최후 진술에서 “고통받은 피해자들에게 사죄드리고, 현재 합의를 진행 중”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지금까지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뒤 피해자 5명과 합의했고, 6명에게 형사 공탁을 했다.

이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이날 1심 선고를 받은 박씨까지 총 4명. 주범 박씨와 강씨, 서울대 졸업생 한모(불구속)씨에 대한 1심 재판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고 있다.

주범 박씨는 지난 6월 열린 첫 재판에서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피해자와 아는 사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그는 “일부는 알고 일부는 모른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