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비위 의혹 등으로 탄핵소추된 이정섭(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29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던 이 검사는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법조계에선 “더불어민주당의 황당한 검사 탄핵 논리가 깨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9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이날 헌재는 비위 의혹 등으로 탄핵소추된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기각했다. /뉴시스

헌재는 이날 민주당 등이 제기한 의혹 대부분이 소추 사유가 특정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범죄경력조회 무단 열람, 리조트 이용 관련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골프장 예약 편의 제공, 수사 무마 의혹 등이 “행위의 일시·대상·상대방 등 구체적 양상, 직무집행과의 관련성 등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법리 적용은커녕 사실인지도 확인되지 않은 이유들로 이 검사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셈이다.

헌재는 이 검사의 리조트 이용이나 위장 전입 의혹은 검사 직무집행과 관련이 없어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은 “공무원이 직무집행을 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 국회가 탄핵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고위 임원 접대 의혹 중 집합금지명령을 위반한 부분과 위장전입은 검사의 지위에서 이뤄진 행위가 아니다”라면서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검사가 과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죄 형사재판에서 증인신문 전에 증인 최모씨를 면담해 국가공무원법과 검찰청법 등을 위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헌재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다만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이 검사의 사전면담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와 헌법상 공익실현 의무를 위반한 것은 맞다면서도 이 검사를 파면할 정도는 아니라고 봤다. ‘국회의 탄핵소추권 남용됐다’ 이 검사 측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가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자신에 대한 탄핵 사건 2차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법조계에선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등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이 검사에 대한 무리한 탄핵을 밀어붙인 게 증명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검사는 지난해 9월 수원지검 2차장검사로 부임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그해 12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쌍방울의 이 대표 쪼개기 후원 의혹, 이 대표 부부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쌍방울의 횡령·배임 등을 수사했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직무와 관련 없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충분히 증명조차 못했다는 것이 헌재의 판단”이라며 “민주당을 수사한 검사를 겁박하기 위한 탄핵이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박상용·엄희준·강백신·김영철 검사에 대한 탄핵안도 당론으로 발의한 상태다.

한편, 이 검사의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는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각각 진행 중이다. 민주당은 이 검사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작년 11월 검찰과 공수처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김승호)는 그달 엘리시안강촌 리조트‧용인CC 등을 압수 수색했다. 작년 12월엔 비위 의혹 제보자로 알려진 처남댁 강미정(조국혁신당 대변인)씨를 불러 조사했고, 지난 4월 처남의 휴대폰을 포렌식한 업체도 압수 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