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성범죄’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에 이어 초·중·고교생, 교사까지 피해 범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불거지는 딥페이크 음란물 범죄는 청소년들도 쉽게 만들 수 있는 초보적인 수준의 범죄인데도, 현행 법률과 제도로는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합성 음란물은 10년 전에도 유사한 형태로 있었다” “이미 예견돼 있던 범죄인데도 법 제도는 물론 여러 면에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행 법률 가운데 딥페이크를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은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14조의 2′, 하나뿐이다. 이 조항은 지난 2019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불법 음란물이 대량 유포된 이른바 ‘N번방’ 사건이 터진 뒤에야 만들어졌다. 허위 영상물 반포(頒布·널리 퍼뜨림) 등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 촬영 및 영상물을 음란하게 편집·합성하거나 유포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래픽=박상훈

다만 유포할 목적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 혼자 만들어 혼자 보는 것은 처벌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것이다.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퍼뜨린 ‘공급’만 처벌하고 영상물을 소지하거나 구입하는 등 ‘수요’에 대해서는 전혀 제재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했다.

해외에선 이미 딥페이크 처벌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법무부는 지난 4월 딥페이크로 음란물을 만들기만 해도 공유·유포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유명 딥페이크 포르노 사이트 두 곳이 영국에서 접속을 자진 차단했다고 한다. 미국 상원 의회에선 지난달 딥페이크 피해자들이 음란물로 본 피해를 보상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15만~25만달러까지 딥페이크로 인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연방법에 근거가 생긴 것이다. 텍사스주와 사우스다코타주 등은 2022년부터 딥페이크 음란물을 제작하는 사람을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딥페이크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들어진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AI로 다른 사람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한 이미지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