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1일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전주지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44)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전주지검에 출석해 약 3시간 20분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후 1시쯤 전주지검에서 나온 조국 대표는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과 문 대통령님의 전 사위 서모씨도 알지 못한다는 부분을 (검찰에) 밝혔다”며 “중진공 이사장으로서 이상직씨가 임명된 과정에서 전 사위 서씨의 이름이 거론됐다거나 서씨의 이스타항공 취업이 거론된 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을 밝혔다”고 했다. 이어 “그 점 외에 대해선 제 말이 어떻게 악용될지 모르기 때문에 진술을 거부했다”고 했다.

조 대표는 “검찰이 문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수사 역량의 100분의 1만큼이라도 현재 살아있는 권력인 윤석열, 김건희 두 분에 대한 수사를 했으면 좋겠다”며 “(검찰) 참고인 조사에 앞서 제가 (이번)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부분도 밝혔다”고 했다.

조국 대표는 앞서 이날 오전 9시 37분쯤 전주지검에 도착했다. 그는 청사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에게 “수사가 최종적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목표로 해서 3년째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벌써 3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전 정부 탓을 할 것인가”라며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저의 생각으로는 최근에 윤석열, 김건희 두 분에 대한 각종 비리 혐의가 터져 나오고 국민의 공분이 일어나니까 이걸 덮기 위해서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국 대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인가’에 대한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곧바로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조 대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 후보에 대한 인사 검증 등을 담당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한연규)는 조 대표가 2018년 6~7월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과정,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임명 과정에 관여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대표는 민정수석 당시 국회에 출석해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했었다. 조 대표는 2018년 12월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사실을 알았느냐’는 곽상도 당시 의원의 질문에 “언론 보도 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보도 전에는 몰랐느냐’는 질문에 조 대표는 “예. 어떠한 민사 불법도 형사 불법도 없기 때문에 저희가 조사할 사안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 대표가 몰랐을 리 없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문재인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에 있던 A씨가 다혜씨 가족의 태국 이주 등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하고 A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민정비서관실의 행정관이 민정수석 모르게 대통령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는 현재 조국혁신당 당직자로 근무 중이다.

조국 대표는 검찰 소환 통보를 받자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족을 치고 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말이 생각난다”면서 “저는 이상직 전 이사장도,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도 알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조국 대표 소환 전날인 지난 30일 다혜씨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전 남편 서씨의 취업과 태국 이주 과정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문씨 가족의 태국 이주 과정에서 부당한 지원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뉴스1

검찰은 지난 20일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이상직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채 3시간 20여 분만에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에 임명된 직후 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씨를 자신이 사실상 소유하고 있는 태국 저비용 항공사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채용하고, 중진공 직원들을 동원해 서씨 가족이 태국에서 정착하도록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 가족을 지원한 것이 중진공 이사장 임명에 대한 대가인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공판 출석하는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뉴시스

검찰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인사 검증·관리 업무를 맡았던 조현옥 전 청와대 인사수석도 피의자로 입건했고, 올 초 대통령기록관을 압수수색해 중진공 이사장 임명과 관련된 청와대 내부 보고 서류 등을 확보했다.

최근엔 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 대한 금융 계좌 추적용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아, 딸 다혜씨 가족과의 자금 거래 흐름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에는 문 전 대통령 부부 명의의 계좌와 혐의, 기간 등이 특정돼 있다고 한다.

한편 조 대표 출석에 맞춰 조국혁신당 당원과 지지자 등 150여명이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전주지검 청사 앞에 모였다. 조국 대표가 전주지검 정문 앞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창문을 열자 지지자들은 “우리가 조국이다” “조국 파이팅”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 등 150여명의 경찰 인력을 청사 주변에 배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