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의뢰를 받아 실질적인 관리·감독 아래 일하다 숨졌다면 개인사업자였다 하더라도 산업재해 보상금을 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청사. /전기병 기자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숨진 개인사업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22년 12월 26일 B 기업으로부터 의뢰받은 한 초등학교 음악실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피아노를 혼자 옮기려고 시도하다 피아노에 깔리는 사고를 당해 결국 숨졌다. 그는 평소 화물차로 이삿짐, 가구 운송 등을 운송하는 개인사업자였지만 이날은 피아노를 운반해달라는 의뢰를 받아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의 사망에 따른 유족 급여와 장례 비용을 신청했으나 공단은 2023년 3월 ‘망인은 개인사업자로 B 기업 대표로부터 의뢰 받은 작업을 수행하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급 받는 거래 관계에 있으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부지급 결정 처분을 내렸다. 이에 반발한 유족은 그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유족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개인사업자로서 수행하던 용달이 아니라 음악실 내 집기를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다 사망에 이른 점 ▲작업 수행 과정에서 B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은 점 ▲망인의 식대 및 업무 소요 비용 등은 B 기업이 부담한 점 등에 비추어 A씨가 B 기업의 상당한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산재보호법상 근로자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A씨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다”면서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망인이 사업주로서의 외관을 갖추었고 취업규칙,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사용자인 기업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항이거나 실질적인 노무 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이 같은 사정만으로 망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단 측이 항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