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인도네시아 수하르토 대통령에게 '인도네시아 독립 50주년 기념 경제발전 특별 공로상'을 받는 고 최계월 회장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최초의 해외 투자 기업 남방개발(현지 법인명 코데코)을 설립한 ‘칼리만탄의 왕’ 고(故) 최계월 회장의 상속 재산을 선점하기 위해 각종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일부 유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유족들이 주식 매매 계약서 등을 위조했다는 직접 증거가 없고, 최 회장의 생전 의사에 따라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사문서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 회장의 며느리 A씨와, 조카의 아들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최 회장이 2015년 11월 27일 세상을 떠나기 전 자신이 소유한 C사의 주식을 처분한 게 발단이 됐다. 최 회장의 외아들과 결혼한 며느리 A씨와 조카 아들 B씨는 C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같은 해 10월 말 278억여 원으로 추정되는 C사 주식 29만9999주를 처분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돼 일본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였다.

검찰은 최 회장의 상속 재산이 다른 유족들에게 나눠져 자신의 몫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A씨 등이 각종 문서를 조작∙위조해 주식을 처분했다고 의심했다. A씨 등이 최 회장의 의사 능력이 떨어진 것을 악용해 ‘C사 주식을 다른 회사에 넘긴다’는 내용의 주식 매매 계약서와 이사회 결의서 등을 우선 작성하고, 일본으로 가져와 서류 내용을 알려주지 않은 채 서명을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이 최 회장을 속였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최 회장이 문서에 서명할 때 의사 능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일본 병원 의사가 ‘10월 30일 상태가 급변하기 이전까지 최 회장은 온전한 의사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 최 회장이 결재 서류에 직접 서명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장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론 이 사건 문서들이 최 회장 생전에 망인의 의사에 의해 작성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면서 “위조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검찰은 1심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