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게 디올백을 건넨 재미 교포 최재영 목사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여사에게 취재 중 선물을 제공했고 여러 청탁을 시도한 게 맞다”며 “제가 처벌을 받더라도 이 사건에서 청탁의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피의자가 스스로 죄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를 이번 주 중에 무혐의 처분하거나, 최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온 후 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는 최 목사 사건을 수사심의위에 부의하기로 결정했다. 수사심의위는 최 목사에 대해 기소, 불기소, 수사 계속 여부를 심의한다. 수사심의위 개최는 보통 2주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이원석 검찰총장 임기(15일)가 끝나고 추석 연휴가 지난 뒤 열릴 것으로 보인다.

법리적으로는 최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 결론과 관계없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할 수 있다는 게 수사팀 입장이다. 수사심의위가 심의할 최 목사의 범죄 혐의 중 주거침입,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 3가지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김 여사에 대한 처분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최 목사의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제공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단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 있는’ 금품이어야 처벌할 수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직자는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한도를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받지만, 그 배우자는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게 청탁금지법의 취지이고 판례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 목사가 건넨 디올백은 이미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없다고 결론 냈고, 지난 6일 열린 김 여사에 대한 수사심의위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최 목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에서 디올백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거나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라고 권고하면 논란은 커질 수 있다. 또 검찰 입장에선 최 목사 수사심의위 결론과 상관없이 김 여사 사건을 먼저 종결하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부담스럽다.

검찰 관계자는 “김 여사와 최 목사 사건은 사건번호가 다른 별개의 고발 건”이라면서도 “여러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