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화현 위메프 대표(왼쪽)와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관련 2차 회생절차 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가 기업 회생 절차를 밟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2부(재판장 안병욱)는 10일 티몬·위메프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9일 두 회사가 법원에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지 44일 만이다. 통상 회생절차 개시는 기업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현금 부족으로 채무를 다 갚지 못하는 경우에 이뤄진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티메프의 관리인으로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를 선정했다. 앞으로 두 기업의 경영은 티몬 류광진 대표와 위메프 류화현 대표가 아닌, 조 전 상무가 맡게 된다. 조 전 상무는 과거 동양그룹 기업 회생 사건에서 관리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재판부는 “채권자협의회의 의견을 조회한 결과, 부실 경영의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자 대신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며 “전문성을 가지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티메프는 다음달 10일까지 재판부에 채권자 목록을 제출해야 한다. 채권 신고 기간은 다음달 24일까지다. 다만 티메프가 제출하는 채권자 목록에 기재된 채권자는 별도로 채권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채권자가 채권을 신고하지 않은 채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면 채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법원 관계자는 “채권자들이 신고 불이행에 따라 권리를 상실하지 않도록 티메프가 채권자 목록을 빠짐없이 잘 제출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티메프의 기업가치 등을 평가하는 조사위원은 한영회계법인이 맡게 됐다. 조사위원은 채권 조사와 기업 평가 등을 토대로 오는 11월 29일까지 조사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후 조사위원은 채무 변제와 경영 정상화 계획 등이 담긴 회생 계획안을 12월 28일까지 마련하게 된다. 회생 계획안이 채권자들의 동의를 받아 법원에 제출되면, 티메프는 회생에 돌입하게 된다.

만약 티메프 회생 절차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회생 계획안이 마련된다면, 1년~1년 6개월 안에 회생계획 인가 결정이 날 전망이다. 다만 회생 과정에서 기업의 청산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회생 절차를 폐지하거나 회생계획을 불인가한 다음 파산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티몬과 위메프는 대규모 정산 지연 사태로 논란이 되면서 지난 7월 29일 법원에 회생 개시를 신청했다. 법원은 지난달 2일 티메프의 자율 구조조정(ARS) 프로그램 진행을 결정한 뒤, 회생 개시를 한 달간 보류했다. ARS는 법원이 기업 회생 개시를 유예하고, 기업과 채권자들이 효율적인 구조조정 방안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워크아웃’과 비슷한 개념이다.

ARS는 최대 3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법원은 티메프의 ARS를 한 달만에 종료시켰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제2차 회생절차 협의회를 진행한 뒤 ARS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개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티메프가 채권자와 채무자 간의 의견을 좁히지 못했고, 유력한 투자자·인수자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