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메타버스(온라인 가상 세계)에서 만난 10살 여자 아이에게 결혼 서약과 뽀뽀 사진 등을 요구하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낸 40대 남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법원은 이를 성착취 목적의 대화로 봤다.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13일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착취 목적 대화)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사회봉사 200시간과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을 수강하고,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5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명령도 확정됐다.

A씨는 2022년 1월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만난 B양에게 45차례에 걸쳐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보낸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뽀뽀하는 입술 사진’, ‘입 벌리고 아 하는 사진’ 등을 요구하거나, 엄마 몰래 결혼 서약서를 자필로 작성해 보낼 것을 요구했다. 당시 A씨는 38세, B양은 10살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성착취 대화’ 혐의가 인정될지였다. 1심은 아동학대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은 “A씨는 ‘뽀뽀’, ‘결혼’ 등 단어를 사용며 상당한 이성적 호감을 반복하여 표현했다”면서도 “각종 성행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거나 성적 묘사를 하진 않았다.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이 드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2심은 성착취 목적 대화도 유죄로 보고 더 무거운 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보낸 메시지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와 같은 성별과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성적 도의 관념에 비춰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대화에 해당된다고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면서 “그 기간과 횟수에 비춰 성착취 대화가 지속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죄의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