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만나 농협 전산망 해킹을 시도했던 일당 5명이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우인성)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내국인 5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특수 잠입∙탈출, 회합 등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해커 A씨 등 4명은 징역 2년 6개월~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1명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다만 간첩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A씨 등은 2011년 4~5월 한국 정부의 비자금이 농협 은행에 차명으로 은닉돼 있다는 미확인 정보를 입수했다. 한·중 무역 사업 경험이 있는 B씨가 나머지 일당을 모집한 뒤, 북한 해커들을 동원해 비자금을 빼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대북 연락책을 통해 북한 측과 소통한 이들은 2011년 6월 중국 단둥에서 리호남을 만나 북한 해커를 소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리호남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에서 근무하며 대남 공작을 맡아 1998년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A씨는 북한 해커와 농협 내부 전산망을 해킹하기로 결정한 뒤, 국내로 돌아와 일당과 함께 전산망 IP 등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후 중국으로 다시 나가 북한 측과 함께 농협 해킹을 시도했지만 방화벽에 막혀 실패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당국이 2018년 리호남의 대북 보고문을 확보하면서 이들의 범행이 발각됐다. 검경은 4년여간 공조 수사를 벌여 이들을 차례로 검거, 2021~2022년 기소했다.

1심 법원은 A씨 일당이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정보를 수집한 후 중국에서 농협 해킹을 시도했다는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이 빼간 해당 정보가 기밀로서 가치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이날 “1심은 사실관계를 오인하고 기밀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면서 항소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북한 공작원들과 연계해 국내 중요 금융기관에 침투하는 등 국가의 경제‧금융 시스템을 파괴하려 하고, 국가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높은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1심보다 중한 형이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