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뉴스1

폐기물처리업자의 증차가 ‘임차’가 아닌 ‘업무위탁’으로 발생했다면 행정관청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조모(69)씨에 대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조씨는 재활용 선별장에서 남는 폐플라스틱을 가져와 처리하는 일을 했는데, 차량이 부족해지자 다른 사업자 A씨와 ‘재활용품 운송 계약’을 맺었다. 검찰은 조씨가 2019년 11월부터 12월까지 관할 관청의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운반차량을 3대 늘렸다며 폐기물관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1심 법원은 조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고, 2심도 조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했다. “원심은 조씨와 A씨의 계약을 ‘임차’로 정리했지만, 계약서상으로는 ‘폐기물 운반에 관한 위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피고인 등을 대상으로 계약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만약 조씨가 A씨의 차량을 임차, 즉 빌렸다면 조씨는 변경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조씨가 A씨에게 업무를 맡겼다면, 즉 위탁했다면 운반차량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고 변경허가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취지이다.

재판부는 “업무 위탁 시 위탁자가 수집·운반 차량을 지배·관리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차량이 늘었다고 해서 법령상 ‘운반 차량의 증차’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는 “파기환송 후 항소심에서 조씨의 업무 위탁이라고 판단하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고 말했다.